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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 시간을 미세먼지로부터 지키는 방법

숲 이야기 |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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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체육 시간을 미세먼지로부터 지키는 방법
 
 

학창시절, 교과 수업 땐 딴 짓을 하다가 체육 시간만 되면 날아다니는 친구들이 반마다 꼭 있었다. 가끔 선생님이 교과수업 대신 피구나 축구를 허락해주시면 우리는 1초가 아까워 운동장으로 달려나갔고, 짝 피구 땐 마음에 뒀던 친구와 짝이 될까 봐 설레었던 경험이 다들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체육 시간은 끝없는 공부에 지치고 힘든 우리에게 주어지는 스트레스 해소 창구였다.
 
 

 
만성적 대기오염 시대에 교육의 중요한 축인 체육과 야외 교육 활동을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서울시교육청-

 
 나이가 어릴수록 미세먼지를 많이 흡수한다
 어린이의 호흡량은 성인의 1.67배, 1살 미만 영아의 호흡량은 성인의 3배이다 
 어린이의 뇌는 아직 발달 단계에 있기 때문에 발달, 정신질환으로 이어진다


 
최근 ‘우리 아이 미세먼지마스크 지급법’이 발의되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매일 마스크를 나눠주다니. 어린 시절 과학 상상화 대회에서나 그렸던 것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수업하는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트리플래닛은 *트리피플 중 인천 신현북초등학교 4학년 담임선생님을 만나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물어보았다.
*트리피플: 나무를 심어 세상을 바꾸는 트리플래닛 자원봉사단
 
트리플래닛의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 조성에 참여한 최은선 선생님


실제로 미세먼지로 인해 야외교육이 얼마나 줄어들었어요?
 
올해 3월만 해도 저희 반은 운동장 체육 한번을 체육관으로 대체했고, 한번은 체육관 마저 사용할 수 없어서 교과서 수업으로 바꾸어 진행했습니다.

사실 아이들은 미세먼지에 훨씬 민감하기 때문에 성인에 비해 행동요령이 더 강한 편인데요, 예비주의보만 내려도 학교 야외수업(체육활동, 현장학습, 운동회 등)을 자제시키길 권고하고 있습니다. 주의보라도 내리면 야외수업은 단축, 금지돼요.


미세먼지로 인해 학생들의 생활에 다른 변화가 있나요?
 
우선은 마스크를 착용한 학생들이 많아졌어요. 그만큼 호흡기 질환을 앓는 아이들도 많고요. 선생님들은 끊임없이 물을 자주 마시고 자주 손을 씻으라고 이야기합니다. 미세먼지가 정말 심한 날에는 아토피를 앓고 있는 학생 가운데 가려워서 힘들어하는 아이가 있기도 해요. 눈을 비비며 보건실을 다녀오겠다는 아이들도 종종 있고요.

교실에는 여러 사람이 모여 있다 보니 이산화탄소 농도 문제도 있고 전염병 예방 차원에서 저는 환기를 자주 시키는 편인데요, 요즘 들어 그것도 못하고 있습니다. 건강 때문에 환기해야겠는데 또 미세먼지로 인해 건강을 생각하려면 환기를 하면 안 되니까요. 참 아이러니해요.


 
어렸을 마스크는 뭔가 연예인들만 끼는 같았어요. 특별히 감기가 아주 심한 날이나 겨울에 방한용이 아니면 끼지 않았잖아요?

 


선생님 어렸을 때랑 많이 다른가요?
 
일단 어렸을 때 마스크는 뭔가 연예인들만 끼는 것 같았어요. 특별히 감기가 아주 심한 날이나 겨울에 방한용이 아니면 끼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마스크를 끼고 수업을 받아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에요.

또 저는 어려서 하늘이 푸르다는 것으로 감탄한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파란 하늘은 당연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하늘은 참 뿌옇습니다. 작년 가을에는 아이들이 밖에서 놀아야 하는 이유를 ‘오늘같이 하늘이 파란데 교실에만 있기 아쉬워요’를 꼽더군요. (웃음)
 
하늘이 맑은 제주시 애월읍 더럭분교, 요즘 도시에서는 푸른 하늘 보기가 어렵다
 

핑계가 좋다 싶다가도 그만큼 대기 질이 좋지 않구나 싶어서 안타까워요.
점심시간이나 하교 후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도 많이 줄었어요. 날씨가 풀렸어도 미세먼지 때문에 나가지를 못하는 거죠.

애들은 활동량 자체가 많아요. 그 욕구(?)를 풀어줄 시간이 필요한데 안 그래도 학원이다 뭐다 해서 야외활동이 별로 없는 아이들인데 미세먼지까지 그런 기회를 뺐고 있어요. 저는 아이들은 뛰어놀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해야 수업시간에도 차분히 집중할 수 있지, 그렇지 못하면 수업시간에도 자꾸 산만해져요.


아이들은 에너지를 발산해야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미세먼지가 심해지면 선생님 반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일단 봄 소풍이 취소될 수도 있겠지요? 아, 어린이날 기념 체육대회도요. (웃음) 올해는 5월까지 미세먼지가 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들었는데 제발 그 날은 괜찮길 바라요.
또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수록 실외 체육(아침 줄넘기 포함)을 할 수 없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아이들에게 전하는 날이 많아지겠지요. 이유를 설명해서 아이들이 이해해도 마음은 그게 아니잖아요. 아쉬울 수밖에 없죠.


학교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어요?
 
교육지원청서 내린 고농축 미세먼지 대응책은 교사들에게 미세먼지 앱을 깔고 대기 질을 주시하며 교육활동에 참고하라고 합니다. 학교별로도 대응 계획을 세워 제출하라고 하고요. 그래서 작년엔가는 미세먼지가 심하면 운동장 한가운데에  잘보이는 큰 오뚝이를 세워서 아이들에게 운동장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알림을 주자는 웃지 못할 방법도 생각해 냈습니다. 담임선생님이 아무리 말해도 운동장에 나가려고 하니 좀 더 시각적인 방법을 쓰자는 것이었어요.

우리가 미세먼지 자체를 없앨 수 없으니 마련해낸 임시방편인데, 아이들을 뛰어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닐 텐데… 아쉬울 수 밖에 없죠. 보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말이죠.


어른인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해주어야 할까요?
 
저는 석탄 발전소를 줄이고, 매연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것 등과 함께 해야 할 일이 나무를 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생한 미세먼지를 없애는 나무의 흡수력을 믿는 거죠. 또 중국이나 내몽골 사막화 지역에 나무를 심는 것은 황사나 미세먼지 발생 자체를 억제할 방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나무를 심는 트리피플
 
더욱 기대하는 것은 나무로 인한 심정적인 효과에요. 나무는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도 함께 할 수 있잖아요?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나무가 자라 숲이 되고 그 안에서 보고 듣고 느낄 많은 것들의 교육적 효과는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거에요.
 
트리플래닛은 ‘2016 트리플래닛 소사이어티의 밤’행사에서 한 해 동안 가장 열심히 활동한 최은선님께 감사패를 수여했다
 
누군가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미세먼지가 나쁜 날에는 체육관이나 강당 시설을 이용하여 체육 활동을 진행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어느 시점에는 운동장이라는 낱말이 국어사전 속에만 존재하는 단어가 되고, 아이들은 체육관에서만 운동하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 ‘월E’에서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의자 바깥으로 한 발자국도 내딛지 않아 움직이는 법을 모른다

 
영화 월E에서 인간들은 숲이 모두 사라지고 쓰레기만 남은 지구를 버리고 우주로 떠난다. 그리고 우주선 속에서 숲을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결국 지구를 생명 있는 행성으로 살린 것은 월E가 지켜낸 새싹 한 줄기였다. 야외체육을 못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영화 월E 처럼 결국, 지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 오기 전에 나무를 심고 숲을 만들어 다음 세대에게 푸른 하늘을 물려주자.






 
글쓴이 프로필


노아름

 
바닷가 도시에서 태어나 10세에 서울로 상경. 풀냄새로 가득한 곳에 가면 좋아서 뛰어다닌다. 고등학생 때 레이첼카슨의 ‘침묵의 봄’을 읽고 평생 환경을 사랑하며 살겠노라 결심한다. 현재 트리플래닛에서 숲과 나무의 가치를 알리는 방법에 대해 고민 중이며 나무를 심는 취미생활이 전 세계에 유행할 날을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