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래닛 뉴스

카테고리

'세월호기억의숲'을 만드신 오드리헵번 아들 션 헵번 인터뷰

숲을 만든 사람들 | 2015.03.01

공유하기
 
션 헵번 페러 Sean Hepburn Ferrer 사진
 
어느  트리플래닛에 익숙한 이름의 백인 남성이 연락해왔다.
 헵번 페러오드리 헵번의 첫째 아들이었다. 
 

션 헵번 페러
Sean Hepburn Ferrer

오드리 헵번 협회 명예회장

 


 

선생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인해 트리플래닛과 함께 숲을 조성하게 되셨나요?

세월호의 비극을 보고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사실 하루 평균 19,000명 정도의 어린이 사망자가 충분히 예방이 가능했던 원인으로 인해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렇듯, 어른들의 부주의로 인해 목숨을 빼앗긴 아이들이 저희 어머니의 마음 깊숙이 파고들었지요. 저 역시, 세월호에 희생된 아이들을 추모할 수 있는 숲을 꿈꾸게 되었고, 함께 실현해나갈 수 있는 파트너를 한국에서 찾고 싶었습니다.
                       
             
 
이스라엘에서는 사랑하는 누군가가 세상을 떠날 때,
그를 추모하기 위한 나무를 심습니다



 
세월호 비극과 관련해, 다른 단체보다 트리플래닛을 선택하시게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이스라엘에서는 사랑하는 누군가가 세상을 떠날 때, 그를 추모하기 위한 나무를 심습니다. 저는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이 아이들의 산 증인으로, 영원히 남아있어 줄 숲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연에 위배된 비극을 기억하는, 자연의 상징물로서 말입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담 기조연설이 세계에 급속도로 퍼졌습니다. 조지 클루니는 전쟁 종식을 위해, 지속해서 남수단을 방문하고 있고요. , 선생님의 어머님께서는 항상 자신의 자녀들보다 불운한 처지에 있는 어린이들을 도우셨지요. 이런 분들의 사회적 활동이 우리의 가치관에 매우 커다란 영향을 끼쳤습니다만, 평범한 개인이 기부나 봉사를 통해 능동적으로 목소리를 내기에는 아직 환경적인 제약이 많은 같습니다. 시스템의 변화가 뒷받침되어야 텐데요, 해결책이 있을까요?

저의 좋은 친구이며 배우이자 사회활동가인 피터 코요테가 몇 년 전에 해 준 말인데요. 미래에는 각 핵가족 마다 구성원 한 명 정도는 자신의 삶을 사회적 이슈나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 환경문제, 그리고 정치를 바로잡는데 헌신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비영리단체의 이상은 훌륭하지만, 시간이 흘러 살아남지는 못할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근본적으로 재무구조 자체가 침체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단의 성장능력보다는 경비를 절감하는 능력으로 평가되는 실정이지요. 저는 자선단체를 움직이는 원동력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어 우리의 역량 발휘를 제약하는 요소들에 대해 오랜 기간 생각을 해 왔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지요.

또, 소위 ‘기부자 피로’라고 불리는 현상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을 해왔는데요. 마치 활짝 피기를 바랐던 꽃들이 영영 못 피어난 것처럼 변화를 바라며 기부했던 사람들이 실망하게 되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습니다. 요즘 빈번히 일어나는 자연재해는 제쳐놓고라도 인간이 자초한 ‘인재’가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지요. 우리 세대는 42년 전에 조지 해리슨의 방글라데시 자선 콘서트(비틀즈 멤버인 조지 해리슨이 방글라데시 지역의 전쟁과 학살로 인한 피해 난민을 돕기 위해 1971년 개최한 최초의 대규모 자선 콘서트_편집자 주)를 경험한 세대에요. 거의 70여 년 전에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사람들은 다시는 홀로코스트 같은 대학살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을 했지요. 하지만 저희 어머니께서 25년 전에 가장 실망하셨던 계기가 사하라 사막 인근 지역의 국가들이나 또 다른 지역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홀로코스트가 소리 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셨을 때였습니다. 오늘날까지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요.

그래서 우리 비영리 사업가들은 이런 ‘기부자 피로’ 현상과 그들의 실망감을 바라보면서도 양손을 등 뒤에 묶인 채, 유리 상자 안에 갇혀있는 상태가 되어버린 겁니다. 우리의 존재가 모든 것이 순조로울 때나 사람들이 생각해 보아야 하는 그런 이슈가 되어 버린 거예요. 빈곤하고 소외된 분들을 생각해야만 하는 이때 말이지요. 비영리 사업가와 기부자분들 사이에는 벽이 있습니다. 그래도 기부자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희망 사항에 대해 전달을 하고 지속해서 개입을 하고 또 결과에 대해 반응도 합니다. 실망감의 근원은 인간 본성의 어떤 고질적인 문제 때문은 아닙니다.

제 생각에는 비영리 단체들이 천장을 높이는 데 노력을 쏟는 것과 더불어 두 번째 스토리를 덧붙이기 시작해야 합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저수익형 모델’입니다. ‘비영리단체’와 ‘영리사업’을 동시에 꾸려가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 두 개의 모델을 혼용하는 구조는 오랫동안 비윤리적이라고 인식됐지만 적절하게 편성만 된다면 현실적인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거예요. 비즈니스 운영방식은 ‘영리사업’과 같지만 이윤은 자선활동에 쓰이는 식이죠. 그렇게 되면, 우리도 대부분의 사업체처럼 자유경쟁을 하며 운영할 수밖에 없겠지요. 기부자도 실질적인 개입이 가능해지고 이제는 투자가나 실질적인 파트너, 행정가로까지 활동할 수가 있게 되는 거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기여하는’ 커리어가 꿈인 어린이들을 몇 명 정도 만나보셨나요? 저는 부모님들로부터 이 분야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전화를 받곤 하는데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필드에 관심이 있어 조언을 구해오는 분들 못지않게 많은 분께서 문의를 해 오신답니다. 제가 보기에는 양쪽 분야 모두 지금으로써는 남아 있는 공간이 없습니다. 하지만 새롭게 출현하는 이 ‘공간’은 이런 어린이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신대륙’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미 미국 9개의 주에서, ‘저수익 유한책임회사’인 LC3(※편집자 주 참고) 법안을 통과시켰고, 5개의 주에서 B Corp(※편집자 주 참고)나 FlexC(※편집자 주 참고)에 대한 법안이 추가로 통과되었습니다. 이런 법안들은 제가 꿈꾸는 우리 모두를 위한 ‘신대륙’으로 진입하기 위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합니다. 아직 혁명이라고 부르긴 그렇지요.

세계 경제의 천장이 낮아졌어요. 비영리단체는 잘해야 안정을 유지하는 정도이고, 성장하지 못하고 있죠. 이렇게 죽은 것처럼 보이는 공간을 우리가 아름다운 두 번째 스토리로 만들어 보자는 겁니다. 가뜩이나 낮은 천장 때문에 사람들이 기어 다녀야 하는 그런 공간이 되어버리기 전에요.
 
트리플래닛이 B Corp 형태의 사회 혁신형 기업이라는 사실이 제가 이 회사를 파트너로 선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오드리 헵번 Audrey Hepburn사진


어린이들을 위해 고귀한 희생을 보여주신 어머님의 영향을 많이 받으셨을 같습니다. 어머님의 인생철학을 자녀들에게 어떻게 물려주시고자 하는지요?

엠마가 장녀인데, 이미 수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기 때문에, 딸에겐 이미 물려준 셈이죠. 뿐만 아니라, 제 두 아들과 부인 카린의 아이들 역시 그래 왔고요. 그게 이런 유형의 활동이 주는 마법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전염되거든요.
 


캘리포니아에서는 내내 가뭄과 산불 같은 재해가 잦아 인명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LA 시민으로서, 이러한 재해로부터 위협을 느끼시는지요?

캘리포니아 주민으로서, 우린 산불과 홍수, 그리고 지진 등을 겪으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게 없었다면, 더 이상 ‘Wild West’가 아닐 거예요. 캘리포니아는 언제나 변화와 창조 그리고 오늘날의 첨단 테크놀로지의 정수인 컴퓨터와 인터넷 분야에 있어, 기준점이 되어 왔습니다. 모험적인 첨단의 삶을 살 때, 사람은 자연스럽게 창조성을 발현하게 되고, 삶에 대한 의지를 깨달아 현재의 순간에 충실할 수 있게 되지요.
 


트리플래닛은 북미지역에 숲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나무를 심어야 간절한 장소가 있다면요?

인간이 관리나 계획 없이 무작위로 숲을 베어버린 곳이라면 어디든지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 [이순간] 진도 무궁화동산 '세월호 기억의 숲'조성 현장-한겨레
사진 출처 : [이순간] 진도 무궁화동산 '세월호 기억의 숲'조성 현장-한겨레


세월호 추모 만들 한국에 방문하실 예정인가요?

네, 저도 가족 모두와 같이 한국을 방문해, 세월호 희생자들의 가족들과 함께 나무를 심고 싶습니다.
 


 
이 숲만큼은 희생된 아이들을 기리는 이름으로 불리길 바랍니다.
우리는 이번 활동의 중심이 아닙니다



트리플래닛과 함께 조성할 이번 숲의 공식 명칭으로 생각해 두신 것이 있을까요? 스타숲의 경우, 보통은 스타의 이름을 이름으로 사용하곤 합니다.

저희가 하는 대부분의 일이 저희 어머니의 용기 있는 행적을 기리기 위한 것이긴 하지만, 저는 이 숲만큼은 희생된 아이들을 기리는 이름으로 불리길 바랍니다. 우리는 이번 활동의 중심이 아닙니다. 그 아이들과 가족분들이죠. 그래서 숲의 이름은 <세월호 아이들을 기억하는 숲>으로 지었으면 합니다. 
 

숲이 조성되면, 위패에 간단한 기념사를 새기게 같습니다. 어떤 글을 남기시겠습니까?

영원히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아이를 기다리며, 이 나무들은 매일매일 밤낮으로 바다를 바라볼 것이다. 이 점을 우리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편집자 주: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 용어에 대한 설명을 덧붙입니다.
 
l  LC3 : Low-Profit Limited Liability Company의 약자로, ‘저수익 유한책임회사’를 뜻하며, 영리적 활동이 허용된 사회적 기업의 형태로, 회사의 창립 목적이 이윤의 극대화가 아니라 사회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데 있는 기업이 겪는 영리적 투자와 비영리적 투자 간의 틈을 메우기 위해 고안된 법인
 
l  B Corp : Benefit Corporation의 약자로, ‘공익 회사’를 뜻하며, 이윤 추구 이외에 사회와 환경을 고려하는 공공이익의 추구에도 목적을 둔 기업체 (2013년, 트리플래닛은 한국에서 두번째로 B Corp 인증을 받았다.)
 
l  FlexC : Flexible Purpose Corporation의 약자로, ‘유동적 목적의 기업’을 뜻하며, B Corp와 비슷한 개념이나, 차이점은, 이윤 추구 이외의 목적을 설정하는 데 있어, 기업 측에 좀 더 자율성을 부여하는 유형의 기업체

 
션 헵번 페러는 배우 오드리 캐슬린 헵번 러스턴-페러와 배우 겸 감독이었던 멜처 개스턴 페러의 장남으로, 1960년 7월 17일 스위스의 루체른에서 태어났다.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이탈리아 로마의 프랑스식 엘리트학교인 샤토브리앙 예비학교와 스위스의 엘리트 사립 기숙학교인 르로제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지적 재산과 관련된 유산 관리를 대행해주는 회사인 ‘Crain & Ferrer’를 창업해 운영 중이다. 또한 ‘오드리 헵번 아동 기금’을 설립하여, 그의 어머니가 UNICEF의 홍보대사로서 펼쳤던 인도주의적 활동을 이어나가는데 헌신해 오고 있다. 뉴욕에 있는 UNICEF 미국 지부의 오드리 헵번 협회 명예 의장직과 ‘유럽 희귀 난치성 질환 기구’인 EURORDIS의 희귀 난치성 질환 기념일의 홍보대사직도 겸하고 있다. 현재, 부인인 카린 호퍼와 다섯 자녀와 함께, 캘리포니아주 LA와 이탈리아의 피렌체를 오가며 살고 있다. 



 
 


글쓴이 프로필


정민철

 
2010년 트리플래닛을 공동창업하여 나무심기 게임, 네팔 커피나무 농장, 세월호 기억의 숲 등을 만들었다. 트리플래닛의 숲 이야기를 보다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기 위해 영상, 글, 사진 등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