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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한화 태양의숲 1호' 숲을 지키는 사람들

숲 이야기 | 2015.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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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진나르스 자연보호구역의 숲 보안관 나란바타씨. 매일같이 순찰하며 벌목꾼들로부터 숲을 지킨다
 

Tujiin Nars, Mongolia
 
숲 이름 몽골 한화 태양의 숲 1호
위치 몽골 셀렝게 주 토진나르스 자연보호구역
면적 600,000m2
수종 북방계 소나무 230,000그루
 

 
몽골 날씨는 겨울이 길고 강수량이 적으며 기온편차가 크다. 이런 기후로 인해 추위를 잘 견디는 낙엽송, 자작나무, 소나무가 숲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으며, 나무들이 아주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숲을 한번 벌목하면 나무가 다시 자랄 때 까지 오랫동안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몽골은 국토의 10%만이 숲으로 덮여있고 나머지 90%는 사막과 초원 지대가 끝없이 펼쳐지기 때문에 나무가 아주 귀한 산업재로 취급된다. 그래서 몽골 정부는 전체 숲의 6.8%만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나머지는 자연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숲이 처음부터 온전히 관리되지는 않았다. 80년대 공산 정권 말기부터 벌목이 성행하기 시작하여 민주주의 체제로 바뀌는 과정에 겪은 경제난으로 숲이 모두 사라질뻔한 아찔한 역사가 있다. 벌목이 가장 왕성했던 1995년에는 목재 생산이 몽골 전체 산업의 18%를 차지했고, 벌목꾼만 20,000명이 동원되어 천연림을 베었다.
 
트리플래닛이 나무를 심은 토진나르스 (끝없는 소나무숲이라는 뜻_편집자 주) 자연 보호구역은 벌목이 가장 성행했던 지역이다. 트리플래닛 촬영팀을 숲으로 안내한 숲 보안관 나란바타 (Naranbaatar) 씨는 나무가 너무 많이 사라졌다며 진심으로 슬퍼했다.



한화는 트리플래닛과 함께 2년에 걸쳐 몽골에 총 23만 그루의 북방 소나무 묘목을 심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이곳에 살았는데, 그때는 정말 길이 난 곳이 아니면 숲을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소나무가 빽빽하게 자라있었어요.

 

그 숲에 들어가 있으면 고요하고 시원한 게 아주 좋았죠.


 
그런데 민주화가 되면서 못된 사람들이 와서 나무를 엄청나게 베어 갔어요. 며칠 동안 커다란 산불이 꺼지지 않아서 고목이 모두 잿더미가 돼버린 때도 있었고.. 정말 가슴 아파요. 이제 이 숲은 마치 머리카락이 빠진 노인네처럼 되었어요.”


 
벌목꾼이 베어 간 소나무 그루터기

 
1995년부터 몽골 정부는 벌목에 대한 규제를 본격적으로 법제화했지만, 산업화의 기반이었던 목재 생산은 그칠 줄 몰랐다. 벌금 징수나 세금 부과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불법 벌목에 대한 기준이 모호했기 때문에 이때부터 불법 벌목꾼들이 탈세하며 전문적으로 나무를 베기 시작했다. 법이 오히려 불법 벌목을 부추긴 것이었다. 가장 살벌했던 시기에 총을 들고 벌목꾼과 맞서 싸운 전직 숲 보안관 도브돈뎀베렐씨 (Dovdondemberel) 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정부가 불에 탄 나무들은 사용을 허가한 적이 있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잽싸게 불탄 나무들을 가져다 사용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문제는 이런 나무들을 다 챙기고 나니까 살아있는 나무에 불을 지르고 벌목을 하는 것이었어요. 이게 불법 벌목의 시작이었죠. 그런 법안이 사람들을 토진나르스로 불러들였고 숲을 공격하게 만든 겁니다.”
 


 
나무들이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자라고, 이런 숲에서 얻을 수 있는 부산물들이 지역 주민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도브돈뎀베렐씨 외에도 많은 지역민이 숲을 지켜야겠다고 결심한 건 2000년대 초반이었다. 이들은 나무들이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자라고, 이런 숲에서 얻을 수 있는 부산물들이 지역 주민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 숲이 사라지자 고비사막의 모래들이 날아와 예전에 없던 모래 언덕들이 생겼기 때문에 어떤 강력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수년간 소나무 숲에서 불법 벌목꾼과 싸워온 숲 보안관의 굵은 손목에는 트리플래닛 XL 팔찌도 꽉 끼었다


2003년, 도브돈뎀베렐씨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은 토진나르스 자연보호구역의 숲 보안관이 되어 벌목꾼들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보안관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숲을 순찰한 후에 일을 나갔고, 하루 3시간씩 자면서 불시 순찰을 계속했다. 어느 때부터인지 보안관들과 벌목꾼들은 서로가 숲에 남긴 흔적들을 추적하거나 지우는데 전문가가 됐다. 어떤 사람들은 길에 가짜 타이어 자국을 냈고 또 어떤 때는 실제 싸움이 일어나서 서로 총을 쏘거나 트럭에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 누구 하나 물러서지 않는 긴장된 시기였다. 도브돈뎀베렐씨는 살해 협박 편지를 받거나 집 앞에서 흑 마술 주술이 담긴 토템을 발견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시기에 많은 숲 보안관들이 실제로 일을 관두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2008년부터는 벌목에 대한 국가의 제재가 아주 강해졌다. 천연림의 나무를 벨 경우 세금과 벌금이 아주 높았으며 경험 많은 숲 보안관들이 법에 따라 벌목꾼들을 상대했기 때문에 불법 벌목은 예전보다 확연히 줄어들 수 있었다.

게다가 이때 부터 몽골의 경제적 상황이 호전되어서 생계를 위해 나무를 베는 사람들도 사라졌다.


 
몽골의 겨울은 아주 길어서 10월부터 4월까지 땅이 꽁꽁 얼어있다. 야간에는 섭씨 영하 45도까지 기온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나무, 자작나무 등 소수의 종자만이 매서운 추위를 견디며 살아남는다


도브돈뎀베렐씨는 벌목꾼들에 대해 포용적인 자세였다.

“불법 벌목꾼들이 한둘씩 일을 관두기 시작했어요.
그들을 관두게 하는 것은 감옥에 가둬버리는 게 아니라 벌목 행위 자체가 왜 잘못되었는지 이해시키는 데서 가능했지요.”

도브돈뎀베렐씨는 110헥타르 면적에 묘목장을 만들었고 사람들에게 어린나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벌목꾼들이 숲의 가치를 알게 했고, 작은 나무들을 사랑하게 만들 수 있었다. 도브돈뎀베렐씨처럼 개인적으로 나무 농장을 운영해서 묘목으로 파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자연과 사람은 서로를 소유하지 않는 관계로 있어야 해요. 그게 좋은 친구인 거죠.”



그는 자연에 해가 없게 가축을 키우는 법과 채소를 재배하는 법, 침엽수 묘목을 키우는 방법 등을 가르치기 위해 교육기금을 마련했다. 가끔 교육에 참가한 사람들을 숲으로 데려가곤 하는데, 그의 최종 목표는 젊은 아이들과 청년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생태 학습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퇴직한 숲 보안관인 도브돈뎀베렐씨와 아내 라브단대시, 그리고 귀여운 손주들

도브돈뎀베렐씨는 아내 라브단대시 (Ravdandash)와의 사이에서 딸 둘, 아들 넷을 낳았다. 자녀들은 모두 도시에 살고 있는데, 우리가 찾아간 때는 방학을 맞아 손자 손녀들이 놀러 온 특별한 날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토진나르스 자연보호구역의 숲 보안관으로 일했고 지금은 퇴직하여 <바얀 찻살가나 풍요의 비타민나무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이 커뮤니티에 속한 전직 숲 보안관이나 유목민들은 토진나르스의 숲을 보호하고 재조림하기 위한 목적으로 나무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 도브돈뎀베렐씨가 처음 커뮤니티를 만들었을 때는 생계가 궁한 사람들이 벌목하지 않고, 묘목을 키워서 판매할 수 있도록 일거리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했다. 이제 이 커뮤니티는 채소를 키우거나 목장을 운영하는 등, 최대한 자연에 해가 가지 않는 방법으로 꽤 괜찮은 수익을 내고 있다. 이런 커뮤니티는 지역 주민과 숲에 있어서 토진나르스 자연보호구역이 성공적으로 재조림되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도브돈뎀베렐씨의 둘째 아들 라드나바자 (Radnaabazar)씨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토진나르스 자연보호구역의 숲 보안관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불법 벌목꾼이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소나무 거목을 몰래 베어 가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숲 보안관들은 매주 2회씩 숲을 순찰하고 벌목꾼들을 감시한다.
 
이런 노력으로 인해 토진나르스 자연보호구역은 재조림이 가장 잘 된 지역으로 꼽힌다. 트리플래닛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도 지역 주민들의 자신감이 넘쳐났다. 아마도 지난 10년 동안 새롭게 키워온 나무들이 제법 빽빽하게 자랐기 때문에 든든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방문 마지막 날, 우린 웃음을 멈추지 않는 도브돈뎀베렐씨의 귀여운 손주들과 가족들로부터 숲을 잘 지키겠노라는 굳은 약속을 받고 빽빽한 소나무숲을 가로질러 나왔다.




 
 



 
글쓴이 프로필


정민철

 
2010년 트리플래닛을 공동창업하여 나무심기 게임, 세월호 기억의 숲, 네팔 커피나무 농장 등을 만들었다. 트리플래닛의 숲 이야기를 보다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기 위해 영상, 글, 사진 등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