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있는 삶,Life with Trees]꽃과 식물을 그림으로 추억하는 어느 수채화 작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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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꽃과 식물을 그림으로 남기는 수채화 작가 윤희블랑입니다. 

오랜 시간 그림을 하며 알게 된 방법과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평소에는 강의 준비를 하고, 수업이 없는 날에는 꽃 시장에 가서 고른 꽃들을 관찰하며 개인작업을 하기도 해요. 

온 오프라인 활동으로 바쁘기는 하지만 항상 식물을 들여다보아야 하는 일이라 여유를 찾게 되네요.



· Life with Trees ·


꽃과 식물을 그림으로 추억하는
어느 수채화 작업소




‘윤희블랑의 수채화 작업소‘는 수채화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작은 작업실이에요. 

그림을 그리는 공간은 짐이 많기 때문에 자칫하면 답답해질 수 있어서 심리적으로 불편할 수 있는 물건들은 

작고, 편하고, 보기 좋은 것으로 바꾸고 빈자리엔 식물들을 놓았어요.



식물, 사람, 예술이 함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많은 것들이 필요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따뜻한 차를 마시며 가만히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이완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이 아니면서
살아있는 것들을 그리고 싶었어요.
"



수채화를 시작할 무렵 많은 일들로 지쳐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아니면서 살아있는 것들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존재하는 것 이외에 아무 욕심도 강요도 없는 그런 생명체이기 때문에 함께하면 마음이 편해졌던 게 아닌가 생각해요.



식물은 어제와 오늘의 색이 다르고, 생명을 완전히 잃어 압화 된 상태에서도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 

그래서 하나의 식물을 시간의 변화에 따라 표현하는 걸 좋아해요.



그림은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되도록 가벼운 마음으로 차분한 상태에서 하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그리는 것만큼이나 관찰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지요. 

대상을 천천히 바라보고 그들이 갖고 있는 특징들을 알아채야 해요. 자연과 공명하지 않으면 좋은 그림이 나오기 힘든 것 같아요.




"그림으로 남기면,
선물한 사람의 마음을 눈으로 오래 볼 수 있어요."



최근에 레몬트리와 알스트로메리아를 선물 받았어요. 

꽃다발을 화병에 꽂아두었는데 레몬트리가 뿌리를 내린 거 있죠?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기뻐서 매일 관찰하고 있어요. 

그림으로 남기면 선물한 사람의 마음을 눈으로 오래 볼 수 있어서 더 감사하고 행복한 것 같아요.



처음엔 무엇을 배운다는 두려움이 있지만 꽃잎 하나, 나뭇잎 하나 같은 작은 것들을 관찰하면서 마음이 안정되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자연은 그냥 시간을 주는 것뿐인데도 자존감이 채워진다고 해야 할까요?




"자연은 쉽게 흔들리는 사람의 마음을 
잘 다독이는 것 같아요."



식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자연의 조각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를 들여다보게 하고, 작품에 영감을 주고, 그러한 날들이 쌓여 타인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삶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끼게 해요. 

자연은 쉽게 흔들리는 사람의 마음을 잘 다독이는 것 같아요.



목표를 향해 뛰는 것이 아니라 산책하듯 살아가다, 만나는 사람들을 한 번씩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도록

너무 많은 것들을 욕심내지 않고 조금은 가볍게 살고 싶어요.




Interviewed with @yunhee_blanc


Edited by Tree Planet




- Words by Tree Planet
"많은 사람들이 식물이 주는 편안하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이내 생활이 너무 바빠서, 잘 키우는 손을 가지지 못해서, 쉽게 죽이고 말 거라는 생각에 식물 들이기를 주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해요.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사실 식물 키우기에는 대단한 조건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식물과 함께 사는 삶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어느 날 꽃집에 들른 당신의 손에 소담한 식물 한 그루가 들려 있기를 바라면서 말예요."




글쓴이 프로

윤정희

늘 명랑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인생을 걸어 나가고 싶은 에디터.

최근 나무만 보면 괜히 설레고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아무래도 짝사랑에 빠진 것이 아닌가 고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