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은 편백숲이 있는 마을에서 작은 정원을 가꾸며 사계절 식물의 모습을 그림으로 담아내는 일러스트레이터 송현미입니다.
그림 작업뿐 아니라 그림 수업과 온라인몰 운영도 겸하고 있어요.
작업실이 정원 별채에 있어서 가사와 일을 병행하며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 Life with Trees ·
사계절 다른 색에 사는 사람마저 설레는
나의 집, 나의 정원
노력한 만큼 따라오는 행복
"단지 내 정원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
하나뿐이었어요."
어린 시절을 도시에서 보냈지만 집 뒤에 소나무가 가득한 작은 숲이 있었어요.
그곳에서 뛰어놀았던 추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여름방학이 되면 엄마를 졸라서 친척이 사는 시골에 꼭 놀러 가곤 했어요.
달맞이꽃이 가득 피어있던 강과 친척 집 정원에 있는 포도나무를 너무 좋아했거든요.
예쁜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가졌던 거 같아요.
집을 짓는 과정에 대해서는 하루 종일 이야기해도 모자랄 것 같은데요, 지인 중에 집 지으신 분 계시면 날 잡아서 꼭 경험담을 들어보세요.
땅도, 건설업체 선택도 정말 중요하거든요.
집을 잘 짓는 건 그다음 문제고요.
저희 집은 목조주택이에요. 구조적인 지식이 부족해 돈을 떠나서 가장 경험이 많고 신뢰도가 좋은 건설업체를 선택했어요.
집은 세 번 지어봐야 안다고 하죠. 정말 딱 맞는 말이에요.
아쉬움이 많이 남긴 하지만, 감사하게도 짓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은 없었답니다.
집을 짓고 산다는 게, 생각이 많아지면 현실로 이루기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저도 그땐 단지 내 정원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 하나뿐이었어요. 나머진 별로 따져보질 않았죠.
살아보니 얼마나 자연에 대한 애착이 깊은 지가 중요한 거 같아요. 좋아하는 마음과 책임감이 함께 있어야 해요.
내가 노력한 만큼 누릴 수 있어요. 조금만 손을 놓으면 정원은 돌보지 않아 잡초가 무성한 텃밭이 되어 버린답니다.
애정을 가지고 성실하게 돌본다면 내가 받는 사랑이 더 많다는 걸 느끼게 돼요.
사계절의 색이 다른 나의 집, 나의 정원
"춥고 지루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그야말로 심장 박동 수가 빨라지죠."
춥고 지루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그야말로 심장 박동 수가 빨라지죠.
매일 아침 올라오는 새싹들을 확인하느라 분주하답니다.
구근은 얼지 않았는지, 작년에 피고 진 꽃대에서 싹이 잘 트고 있는지, 나무들은 냉해를 입지는 않았는지, 매일매일이 설레는 계절이에요.
4월엔 텃밭에 먹거리들을 심고 5월에는 대문 위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나요.
봄꽃들이 앞다투어 필 때면 빨리 그림으로 남겨야 한다는 행복한 조바심에 시달리기도 한답니다.
반면 여름은 벌레, 잡초와의 싸움이죠. 매일 풀을 뽑고 물을 줘야 해요.
햇볕에 타버릴 거 같은 목수국에 파라솔도 씌워주고 잔디도 수시로 깎아주면, 초록 잎들은 쑥쑥 자라고 수국과 프록스, 체리 세이지가 더위를 이기고 예쁘게 피어납니다.
가을 정원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기에요.
밤이 되면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정원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와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작업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게 정말 좋거든요.
남편은 무화과나무가 있는 주방 테라스에서 지인들을 초대해 고기를 구워 먹으며 늦도록 이야기 나누는 걸 가장 좋아해요.
식물들의 색이 변하기 시작하면 국화가 피기 시작하고 그 향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줘요.
떨어진 낙엽을 쓸다 보면 어느새 차가운 북풍이 불기 시작하고 곧 겨울이 옵니다. 가을은 너무 짧아요.
하지만 겨울도 물론 좋지요. 와인색의 남천 열매를 보며 정원과 씨름하지 않고 쉴 수 있으니까요~ :-P
"자연과 함께하는 이 모든 순간이
아이들의 생명 속에 스며든다는 걸 알아요."
사실 제가 정원을 보며 호들갑을 떨면 아이들은 별 반응이 없어요.^^
그래도 자연과 함께 하는 이 모든 순간들이 아이들의 생명 속에 스며든다는 걸 알기에 늘 감사한 마음이죠.
지금 이 순간도 햇살에 반짝이는 대추나무를 볼 수 있고 바람에 흔들리는 체리세이지향을 맏을 수 있어 행복하네요.
예전에는 화려한 꽃들만 눈이 가고 예쁘다 했는데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정말 많은 들꽃을 보았어요.
정원에서 텃밭에서, 숲으로 가는 길에도 꽃이 피지 않는 식물이 없고 예쁘지 않은 꽃이 없네요.
남편과 산책을 나가면 구석구석 꽃들을 챙겨 보느라 정신이 없답니다.
오랫동안 자연과 함께 하면서 많은 식물들을 그리고 싶어요.
가족들과 건강하고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채워나가며, 재작년에 심어둔 비파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는 걸 보고 싶네요.
Interviewed with @meyahome2
Edited by Tree Planet
- Words by Tree Planet
"많은 사람들이 식물이 주는 편안하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이내 생활이 너무 바빠서, 잘 키우는 손을 가지지 못해서, 쉽게 죽이고 말 거라는 생각에 식물 들이기를 주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해요.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사실 식물 키우기에는 대단한 조건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식물과 함께 사는 삶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어느 날 꽃집에 들른 당신의 손에 소담한 식물 한 그루가 들려 있기를 바라면서 말예요."
글쓴이 프로필
윤정희
늘 명랑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인생을 걸어 나가고 싶은 에디터.
최근 나무만 보면 괜히 설레고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아무래도 짝사랑에 빠진 것이 아닌가 고심중이다.
안녕하세요, 작은 편백숲이 있는 마을에서 작은 정원을 가꾸며 사계절 식물의 모습을 그림으로 담아내는 일러스트레이터 송현미입니다.
그림 작업뿐 아니라 그림 수업과 온라인몰 운영도 겸하고 있어요.
작업실이 정원 별채에 있어서 가사와 일을 병행하며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 Life with Trees ·
사계절 다른 색에 사는 사람마저 설레는
나의 집, 나의 정원
하나뿐이었어요."
어린 시절을 도시에서 보냈지만 집 뒤에 소나무가 가득한 작은 숲이 있었어요.
그곳에서 뛰어놀았던 추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여름방학이 되면 엄마를 졸라서 친척이 사는 시골에 꼭 놀러 가곤 했어요.
달맞이꽃이 가득 피어있던 강과 친척 집 정원에 있는 포도나무를 너무 좋아했거든요.
예쁜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가졌던 거 같아요.
집을 짓는 과정에 대해서는 하루 종일 이야기해도 모자랄 것 같은데요, 지인 중에 집 지으신 분 계시면 날 잡아서 꼭 경험담을 들어보세요.
땅도, 건설업체 선택도 정말 중요하거든요.
집을 잘 짓는 건 그다음 문제고요.
저희 집은 목조주택이에요. 구조적인 지식이 부족해 돈을 떠나서 가장 경험이 많고 신뢰도가 좋은 건설업체를 선택했어요.
집은 세 번 지어봐야 안다고 하죠. 정말 딱 맞는 말이에요.
아쉬움이 많이 남긴 하지만, 감사하게도 짓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은 없었답니다.
집을 짓고 산다는 게, 생각이 많아지면 현실로 이루기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저도 그땐 단지 내 정원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 하나뿐이었어요. 나머진 별로 따져보질 않았죠.
살아보니 얼마나 자연에 대한 애착이 깊은 지가 중요한 거 같아요. 좋아하는 마음과 책임감이 함께 있어야 해요.
내가 노력한 만큼 누릴 수 있어요. 조금만 손을 놓으면 정원은 돌보지 않아 잡초가 무성한 텃밭이 되어 버린답니다.
애정을 가지고 성실하게 돌본다면 내가 받는 사랑이 더 많다는 걸 느끼게 돼요.
그야말로 심장 박동 수가 빨라지죠."
춥고 지루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그야말로 심장 박동 수가 빨라지죠.
매일 아침 올라오는 새싹들을 확인하느라 분주하답니다.
구근은 얼지 않았는지, 작년에 피고 진 꽃대에서 싹이 잘 트고 있는지, 나무들은 냉해를 입지는 않았는지, 매일매일이 설레는 계절이에요.
4월엔 텃밭에 먹거리들을 심고 5월에는 대문 위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나요.
봄꽃들이 앞다투어 필 때면 빨리 그림으로 남겨야 한다는 행복한 조바심에 시달리기도 한답니다.
반면 여름은 벌레, 잡초와의 싸움이죠. 매일 풀을 뽑고 물을 줘야 해요.
햇볕에 타버릴 거 같은 목수국에 파라솔도 씌워주고 잔디도 수시로 깎아주면, 초록 잎들은 쑥쑥 자라고 수국과 프록스, 체리 세이지가 더위를 이기고 예쁘게 피어납니다.
가을 정원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기에요.
밤이 되면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정원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와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작업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게 정말 좋거든요.
남편은 무화과나무가 있는 주방 테라스에서 지인들을 초대해 고기를 구워 먹으며 늦도록 이야기 나누는 걸 가장 좋아해요.
식물들의 색이 변하기 시작하면 국화가 피기 시작하고 그 향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줘요.
떨어진 낙엽을 쓸다 보면 어느새 차가운 북풍이 불기 시작하고 곧 겨울이 옵니다. 가을은 너무 짧아요.
하지만 겨울도 물론 좋지요. 와인색의 남천 열매를 보며 정원과 씨름하지 않고 쉴 수 있으니까요~ :-P
아이들의 생명 속에 스며든다는 걸 알아요."
사실 제가 정원을 보며 호들갑을 떨면 아이들은 별 반응이 없어요.^^
그래도 자연과 함께 하는 이 모든 순간들이 아이들의 생명 속에 스며든다는 걸 알기에 늘 감사한 마음이죠.
지금 이 순간도 햇살에 반짝이는 대추나무를 볼 수 있고 바람에 흔들리는 체리세이지향을 맏을 수 있어 행복하네요.
예전에는 화려한 꽃들만 눈이 가고 예쁘다 했는데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정말 많은 들꽃을 보았어요.
정원에서 텃밭에서, 숲으로 가는 길에도 꽃이 피지 않는 식물이 없고 예쁘지 않은 꽃이 없네요.
남편과 산책을 나가면 구석구석 꽃들을 챙겨 보느라 정신이 없답니다.
오랫동안 자연과 함께 하면서 많은 식물들을 그리고 싶어요.
가족들과 건강하고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채워나가며, 재작년에 심어둔 비파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는 걸 보고 싶네요.
Interviewed with @meyahome2
Edited by Tree Planet
- Words by Tree Planet
"많은 사람들이 식물이 주는 편안하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이내 생활이 너무 바빠서, 잘 키우는 손을 가지지 못해서, 쉽게 죽이고 말 거라는 생각에 식물 들이기를 주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해요.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사실 식물 키우기에는 대단한 조건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식물과 함께 사는 삶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어느 날 꽃집에 들른 당신의 손에 소담한 식물 한 그루가 들려 있기를 바라면서 말예요."
글쓴이 프로필
윤정희
늘 명랑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인생을 걸어 나가고 싶은 에디터.
최근 나무만 보면 괜히 설레고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아무래도 짝사랑에 빠진 것이 아닌가 고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