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정하게 살 궁리 중인 이다정입니다.
올해 결혼한 지 4년 차가 된 남편과 낯선 도시 김천으로 이사 왔고, 어디서 뭘 하든 나답게 살 수 있는 방향을 탐색하며 이것저것 해보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주로 쓰며 만드는 삶을 살고 있는데, 그중 제일 만들고 싶은 건 그림책이라 좀 곤란합니다(그림 잘 못 그림).
내게 주어진 오늘의 일상을 튼튼히 돌보는 일에 관심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나의 가장 오랜 일상이 머무는 공간인 집을 가꾸는 걸 좋아해요.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은 남편과 결혼 후 살게 된 다섯 번째 집이에요.
비교적 어린 나이에 결혼하고,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함께 삶을 일궈나가 왔기에 여러 불안을 이겨나가며 잦은 이사를 했어요.
그래도 그 모든 집과 그곳에서의 시간이 찬란히 느껴집니다.
· Life with Trees ·
식물과 다정하게 살 궁리 중인
초보 집사 다정 씨의 플랜테리어
집은 저와 남편이 가장 자연스럽게, 가장 우리답게 머무는 공간이에요.
그렇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 우리의 마음에 편안한 것들로 자유롭게 가꾸는 행복이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은 주로 ‘자연스러운 것’들이에요.
주로 자연이 소재인 사물들을 좋아하다 보니 집에 우드 소재 가구와 소품들이 많습니다.
식물들을 하나둘 늘려가는 이유도, 식물 하나하나가 공간에 더해주는 자연스러운 생기가 좋아서예요.
또 무언가를 만드는 삶을 지향하다 보니,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사물들을 좋아합니다.
빈티지를 좋아하는 것도 ‘손길’의 취향이 반영된 것 같달까요?
식물과 나, 조금씩 가까워진 우리 사이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식물을 잘 돌보는 할머니도
종종 실패하셨다는 말을 들으니 용기가 났어요."
식물과 가까워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시골에서 자라 자연의 초록을 좋아하고, 할머니가 워낙 식물을 잘 가꾸셔서 어렸을 때부터 마음에 가까운 대상이긴 했습니다만 좋은 마음으로 키운 식물들을 지금까지 여럿 하늘나라로 보냈습니다.
의기소침해져서 '난 식물이랑 안 맞나 보다' 생각할 즈음이면, 할머니께서 ‘나도 많이 죽였어.’라며 또 새 화분을 선물해주시곤 했어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식물을 잘 돌보는 할머니도 종종 실패하셨다는 말을 들으니 용기가 났습니다.
그렇게 계속 키우다 보니 식물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키우는 기쁨을 깊이 알아가게 되었답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지금 키우는 식물 중 몇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자신 없지만, 앞으로의 제 삶에 식물은 계속 가까이 있을 것 같아요.
식물을 고를 땐, ‘이 친구는 이곳에 두면 좋겠다.’라는 장면이 그려지는 친구들을 데려오는 편이에요.
하지만 막상 그 상상이 현실에 통할 때가 있고, 어울리지 않을 때도 많죠.
그래서 자주 배치를 바꾸며 식물의 제자리를 찾으려고 노력해요.
미적으로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를 떠나서 그 자리가 식물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인가도 중요하니 제 자리를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천천히 제 자리를 찾아주는 편이에요.
식물과 함께한 순간순간이 만들어준 경험치
"식물을 위해서라기보다 나를 위해서예요.
초록이들을 보는 순간이 행복하니까요."
요즘엔 이 집에 이사 오면서 데려온 마오리 소포라에게 정이 많이 가요.
얼마 전 마오리 소포라에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벌레가 생긴 걸 발견했는데, 처음으로 농약을 사다 쳐서 벌레를 다 없앴거든요.
옛날 같으면 벌레가 생긴 지도 모르고 왜 죽어갈까 의아해하다가 결국 저세상 보냈을 텐데 말이죠.
벌레로부터 내 식물을 지켜내니 뿌듯했어요. 식물과 함께 저도 자라나는 기분이랄까요.
제 얕은 경험상으로는, 결국 자주 들여다봐야 식물이 살더라고요. 물을 자주 주진 않더라도 식물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계속 관심을 둘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바쁠 때는 식물을 가까이한다는 게 솔직히 쉽지 않아요.
순간 깜빡해서 비실비실해져 있는 식물들을 보고 미안한 마음이 드는 때가 종종 있어요.
그래도 기본적으로 애정을 두고 있으면 계속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아요.
식물을 위해서라기보다 나를 위해서 말이죠. 초록이들을 보는 순간이 행복하니까요.
이제 저는 식물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어느 정도 일상에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이,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며 식물들과 함께 신선한 공기를 맞이하는 거예요.
그리고 물을 줄 때가 되었는지 확인하는 나무 꼬챙이로 화분 흙 가장자리를 찔러보고, 오늘 물을 주어야 할 초록이들을 확인해요.
초록 잎도 한 번씩 만져보면서요. 물론 너무 바쁠 때는 이마저 놓칠 때도 있어요.
그래도 아직 제 실수를 초록이들이 잘 견뎌주고 기다려주고 있어요. 고마운 마음입니다.
"요즘 내가 식물을 잘 돌보고 있다면,
제 일상도 잘 돌보고 있다는 지표가 되더라고요."
요즘 내가 식물을 잘 돌보고 있다면, 그건 제가 제 일상도 잘 돌보고 있다는 지표가 되더라고요.
반면, 식물을 돌보는 일을 놓쳤다면 제 일상도 무너져 있고요.
내게 주어진 오늘을 성실하게 살아갈 힘,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얻는 영감과 에너지, 저마다의 속도로 살아내고 자라나는 것들을 통한 위로 등을 식물을 가까이하면서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식물을 돌보는 일이 저 스스로를 돌보는 일과 맥을 같이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낯선 도시에서의 삶을 시작한 지 반년이 흘렀어요.
천천히 적응 중인 새 터전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내 평범한 일상들을 소중히 채우고, 귀한 인연들을 사랑하고, 저답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이어나가며 다정히 살아나가고 싶습니다.
Interviewed with @dajungly
Edited by Tree Planet
- Words by Tree Planet
"많은 사람들이 식물이 주는 편안하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이내 생활이 너무 바빠서, 잘 키우는 손을 가지지 못해서, 쉽게 죽이고 말 거라는 생각에 식물 들이기를 주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해요.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사실 식물 키우기에는 대단한 조건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식물과 함께 사는 삶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어느 날 꽃집에 들른 당신의 손에 소담한 식물 한 그루가 들려 있기를 바라면서 말예요."
글쓴이 프로필
윤정희
늘 명랑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인생을 걸어 나가고 싶은 에디터.
최근 나무만 보면 괜히 설레고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아무래도 짝사랑에 빠진 것이 아닌가 고심중이다.
안녕하세요, 다정하게 살 궁리 중인 이다정입니다.
올해 결혼한 지 4년 차가 된 남편과 낯선 도시 김천으로 이사 왔고, 어디서 뭘 하든 나답게 살 수 있는 방향을 탐색하며 이것저것 해보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주로 쓰며 만드는 삶을 살고 있는데, 그중 제일 만들고 싶은 건 그림책이라 좀 곤란합니다(그림 잘 못 그림).
내게 주어진 오늘의 일상을 튼튼히 돌보는 일에 관심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나의 가장 오랜 일상이 머무는 공간인 집을 가꾸는 걸 좋아해요.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은 남편과 결혼 후 살게 된 다섯 번째 집이에요.
비교적 어린 나이에 결혼하고,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함께 삶을 일궈나가 왔기에 여러 불안을 이겨나가며 잦은 이사를 했어요.
그래도 그 모든 집과 그곳에서의 시간이 찬란히 느껴집니다.
· Life with Trees ·
식물과 다정하게 살 궁리 중인
초보 집사 다정 씨의 플랜테리어
집은 저와 남편이 가장 자연스럽게, 가장 우리답게 머무는 공간이에요.
그렇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 우리의 마음에 편안한 것들로 자유롭게 가꾸는 행복이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은 주로 ‘자연스러운 것’들이에요.
주로 자연이 소재인 사물들을 좋아하다 보니 집에 우드 소재 가구와 소품들이 많습니다.
식물들을 하나둘 늘려가는 이유도, 식물 하나하나가 공간에 더해주는 자연스러운 생기가 좋아서예요.
또 무언가를 만드는 삶을 지향하다 보니,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사물들을 좋아합니다.
빈티지를 좋아하는 것도 ‘손길’의 취향이 반영된 것 같달까요?
종종 실패하셨다는 말을 들으니 용기가 났어요."
식물과 가까워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시골에서 자라 자연의 초록을 좋아하고, 할머니가 워낙 식물을 잘 가꾸셔서 어렸을 때부터 마음에 가까운 대상이긴 했습니다만 좋은 마음으로 키운 식물들을 지금까지 여럿 하늘나라로 보냈습니다.
의기소침해져서 '난 식물이랑 안 맞나 보다' 생각할 즈음이면, 할머니께서 ‘나도 많이 죽였어.’라며 또 새 화분을 선물해주시곤 했어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식물을 잘 돌보는 할머니도 종종 실패하셨다는 말을 들으니 용기가 났습니다.
그렇게 계속 키우다 보니 식물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키우는 기쁨을 깊이 알아가게 되었답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지금 키우는 식물 중 몇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자신 없지만, 앞으로의 제 삶에 식물은 계속 가까이 있을 것 같아요.
식물을 고를 땐, ‘이 친구는 이곳에 두면 좋겠다.’라는 장면이 그려지는 친구들을 데려오는 편이에요.
하지만 막상 그 상상이 현실에 통할 때가 있고, 어울리지 않을 때도 많죠.
그래서 자주 배치를 바꾸며 식물의 제자리를 찾으려고 노력해요.
미적으로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를 떠나서 그 자리가 식물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인가도 중요하니 제 자리를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천천히 제 자리를 찾아주는 편이에요.
초록이들을 보는 순간이 행복하니까요."
요즘엔 이 집에 이사 오면서 데려온 마오리 소포라에게 정이 많이 가요.
얼마 전 마오리 소포라에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벌레가 생긴 걸 발견했는데, 처음으로 농약을 사다 쳐서 벌레를 다 없앴거든요.
옛날 같으면 벌레가 생긴 지도 모르고 왜 죽어갈까 의아해하다가 결국 저세상 보냈을 텐데 말이죠.
벌레로부터 내 식물을 지켜내니 뿌듯했어요. 식물과 함께 저도 자라나는 기분이랄까요.
제 얕은 경험상으로는, 결국 자주 들여다봐야 식물이 살더라고요. 물을 자주 주진 않더라도 식물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계속 관심을 둘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바쁠 때는 식물을 가까이한다는 게 솔직히 쉽지 않아요.
순간 깜빡해서 비실비실해져 있는 식물들을 보고 미안한 마음이 드는 때가 종종 있어요.
그래도 기본적으로 애정을 두고 있으면 계속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아요.
식물을 위해서라기보다 나를 위해서 말이죠. 초록이들을 보는 순간이 행복하니까요.
이제 저는 식물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어느 정도 일상에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이,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며 식물들과 함께 신선한 공기를 맞이하는 거예요.
그리고 물을 줄 때가 되었는지 확인하는 나무 꼬챙이로 화분 흙 가장자리를 찔러보고, 오늘 물을 주어야 할 초록이들을 확인해요.
초록 잎도 한 번씩 만져보면서요. 물론 너무 바쁠 때는 이마저 놓칠 때도 있어요.
그래도 아직 제 실수를 초록이들이 잘 견뎌주고 기다려주고 있어요. 고마운 마음입니다.
제 일상도 잘 돌보고 있다는 지표가 되더라고요."
요즘 내가 식물을 잘 돌보고 있다면, 그건 제가 제 일상도 잘 돌보고 있다는 지표가 되더라고요.
반면, 식물을 돌보는 일을 놓쳤다면 제 일상도 무너져 있고요.
내게 주어진 오늘을 성실하게 살아갈 힘,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얻는 영감과 에너지, 저마다의 속도로 살아내고 자라나는 것들을 통한 위로 등을 식물을 가까이하면서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식물을 돌보는 일이 저 스스로를 돌보는 일과 맥을 같이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낯선 도시에서의 삶을 시작한 지 반년이 흘렀어요.
천천히 적응 중인 새 터전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내 평범한 일상들을 소중히 채우고, 귀한 인연들을 사랑하고, 저답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이어나가며 다정히 살아나가고 싶습니다.
Interviewed with @dajungly
Edited by Tree Planet
- Words by Tree Planet
"많은 사람들이 식물이 주는 편안하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이내 생활이 너무 바빠서, 잘 키우는 손을 가지지 못해서, 쉽게 죽이고 말 거라는 생각에 식물 들이기를 주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해요.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사실 식물 키우기에는 대단한 조건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식물과 함께 사는 삶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어느 날 꽃집에 들른 당신의 손에 소담한 식물 한 그루가 들려 있기를 바라면서 말예요."
글쓴이 프로필
윤정희
늘 명랑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인생을 걸어 나가고 싶은 에디터.
최근 나무만 보면 괜히 설레고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아무래도 짝사랑에 빠진 것이 아닌가 고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