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있는 삶,Life with Trees]식물의 마음이 전해지는 사랑스러운 귤나무 집

조회수 17063


안녕하세요. 결혼 8년 차 32살 박현서입니다. 이런저런 일을 하며 지냅니다. 

사진도 찍고 글도 쓰고 공간 스타일링도 하고 최근에는 등공예 자격증도 땄네요. 가볍게 좋아하는 것들을 시도하며 살고 있어요. 



· Life with Trees ·


식물의 마음이 전해지는
사랑스러운 귤나무 집 




누군가 저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분위기와 감성이 있다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저희 집은 한 번에 완성된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하나씩 채워진 부분이 많아요. 

식물도 그렇고요. 그래서 하나하나 보면 제각각인데 한 공간에 모아놓고 보면 얼추 어우러지는 것 같아요. 



결혼하고 오래도록 신랑과 둘이 지내다 보니 집이란 곳은 둘이서 혹은 셋, 넷이서 가족 구성원이 행복하기 위한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어느 한 명이라도 행복하지 않으면 그곳이 아무리 아름답게 꾸며진 곳이라도 집이 될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초반에는 집을 꾸미는 자체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지금은 조금 더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내려고 해요. 

쉽게 말하면 신경을 좀 덜 쓰고 있어요. ^^;





"다른 생명이 나의 돌봄으로 인해 자라나고
시들해지는 모습을 보는 건 꽤 감동적인 일이랍니다.
"


반려식물이라는 단어는 조금 거창하게 들리는데 그건 제가 반려자치고 탐탁지 않은 것 같아서요. 

식물을 여럿 죽이기도 했고요. 

그래도 식물이 있는 인테리어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면 처음엔 예쁘라고 멋으로 들여놓은 아이들이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걸 느꼈기 때문이에요. 



아직 집에 저희 부부 말고는 아이나 반려동물이 없기 때문에 다른 생명이 나의 돌봄으로 인해 자라나고 시들해지는 모습을 보는 건 꽤 감동적인 일이랍니다.

 앞으로도 제가 살아가는 공간에서 이 생명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어요. 





저희 집엔 두 종류의 귤나무가 있어요. 하나는 유주나무이고 하나는 정말 귤나무예요. 

유주나무는 유자와 탱자의 교배종인데 처음 들였을 때 열매가 있는 상태로 데려왔어요. 

열매가 정말 탐스러웠는데 한번 열매를 보고 나서는 2년째 열매를 보지 못했지만요.



 귤나무는 나뭇잎만 무성한 아이를 데려왔는데 꽃이 피더니 열매를 맺었어요.

열매가 셀 수 없이 많이 나왔는데 장마를 지나면서 우수수 떨어지고 남은 4알이 올겨울까지 씩씩하게 자라 주었답니다.



두 나무를 키우며 깨달은 건 귤종류의 나무에서 열매를 보려면 밖에서 키워야 한다는 거에요! 

유주나무는 2년 내내 실내에서 키웠고 귤나무는 야외마당에서 키웠거든요. 

겨울이라서 지금은 잎이 다 떨어져 있는 상태인데 봄이 오면 두나무 모두 밖에 둘 생각이에요. 

올해는 꼭 두나무에서 모두 열매 보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화분에서 키운 귤이 얼마나 맛있겠어 하고 먹어봤는데, 어찌나 달던지 깜짝 놀랐어요.

또 무화과는 제가 가장 아끼는 아이인데, 저랑 오래 함께하기도 했고 몇 년째 계속 세 알, 두 알씩 열매를 맺어주었어요. 

작은 화분에서 어떻게 매년 열매가 나는지, 또 어떻게 이렇게 씩씩하게 자라는지 그저 신기하고 기특해요. 



열매는 있지만 아직은 작은 방울 같은 초여름이면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몰라요. 올해도 그 모습을 보고 싶네요. ^^




"식물은 거울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았어요.
가까이 살다 보니
이 아이들이 생명이에요.
"



한번은 속이 아주 많이 상했던 날, 어디에 화풀이해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거리다가 눈에 띄게 자란 소철의 잎을 세차게 쳤던 적이 있어요. 

소철 잎이 부러졌고 씩씩하게 자라던 소철이 맥을 못 추고 결국 보내버렸죠. 

오래도록 그게 마음에 남아요.



그때 식물이 거울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았어요. 

처음엔 깊게 생각하고 키운 식물이 아니었는데 가까이 살다 보니 이 아이들이 생명이에요.



물을 잘 주고 햇빛을 잘 비춰주고 바람을 쐬어주면 '나 이렇게 잘 자라고 있어요~' 하고 살랑살랑 자라는데 제가 마음이 어둡다거나 이 식물들에 무관심하다거나 하면 정말이지 시들시들해져요.

 가끔 물주는 때를 놓쳐 풀죽은 식물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식물이 싱그럽게 자란다는 것은 함께 사는 사람들의 마음도 싱그럽단 뜻일 거라고 믿게 됩니다.



가끔 시들 때가 있지만, 다시 씩씩하게 양분을 먹고 해를 보고 바람을 맞으며 씩씩하게 자라나가는 삶을 살고 싶어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모든 면에서요. 고맙습니다.




Interviewed with @sseostain


Edited by Tree Planet




- Words by Tree Planet
"많은 사람들이 식물이 주는 편안하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이내 생활이 너무 바빠서, 잘 키우는 손을 가지지 못해서, 쉽게 죽이고 말 거라는 생각에 식물 들이기를 주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해요.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사실 식물 키우기에는 대단한 조건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식물과 함께 사는 삶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어느 날 꽃집에 들른 당신의 손에 소담한 식물 한 그루가 들려 있기를 바라면서 말예요."




글쓴이 프로

윤정희

늘 명랑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인생을 걸어 나가고 싶은 에디터.

최근 나무만 보면 괜히 설레고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아무래도 짝사랑에 빠진 것이 아닌가 고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