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림을 그리고 공간 꾸미기를 좋아하는 조이(Joy)입니다. 디자이너로 오랫동안 일하다, 이웃들의 요청으로 하나둘 그림을 그려주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었네요.
귀여운 냥이 둘과 남편, 그리고 반려식물을 가꾸며 네덜란드에서 재미있게 살고 있습니다.
· Life with Trees ·
커피를 마시는 일처럼 자연스럽게,
네덜란드에서 식물과 사는 법
반 고흐의 고향, 네덜란드에서 살아가기
"나이차가 많이 나는 가구들이 만드는
조화로운 분위기를 즐겨요."
저는 딱 하나의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아서 공간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요. 빈티지 가구를 유독 좋아하지만, 브랜뉴 디자인 제품도 아주 좋아해서 나이 차가 많이 나는 가구들이 조화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을 즐깁니다.
마음에 드는 빈티지 의자를 구하기 위해 이탈리아 남부까지 차로 스무 시간 이상 운전해서 업어온 경우도 있어요. 여행은 물론이고, 가구 주인과 차 한잔하며 가구에 얽힌 이야기를 하는 모든 과정을 좋아합니다. 집에 놀러 온 지인과 가구 하나하나에 얽힌 스토리를 얘기하다 보면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갈 정도고요.
제가 네덜란드에 살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몇 해 전에 독일 쾰른으로 출장을 왔다가 반 고흐의 그림을 보기 위해 암스테르담에 들렀는데, 너무 춥고 스산한 분위기였거든요. 출장 내내 감기로 고생해서 좋지 않았던 첫인상이었는데, 남편의 직장과 제 학업을 마치기 위해 이렇게 살고 있네요. 사람 일은 알 수 없나 봐요. :-)
꽃과 식물을 즐기는 네덜란드 사람들
"네덜란드에서 식물 가꾸기란
커피를 마시는 일과 같아요."
성격 상 식물 키우기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본의 아니게 식구가 늘기 시작하며 어느새 식물과 함께 하는 삶을 즐기게 되었네요. 네덜란드 친구들은 남의 집에 갈 때 빈손으로 가는 경우가 드물답니다. 작은 화분이나, 꽃다발, 초콜릿, 와인 등을 선물하는 문화가 있어서, 저희집 초록 식구도 이렇게나 늘었네요.
처음엔 관리가 잘 안 돼서 시들어 죽어버리기도 여러 번이었지만, 거의 죽어가던 몬스테라에게 관심을 갖고 애정으로 보살펴주니 기적적으로 생기를 찾더라고요. 식물을 사물처럼 생각했던 제게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경험이었고, 그 후로 식물키우기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어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몬스테라
네덜란드는 전 세계 식물 유통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요. 하루에만 3천만 개체 수의 꽃과 식물이 거래된다고 하니 어마어마하죠. 그래서인지 꽃을 사고 식물을 가꾸는 것이 커피를 마시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많은 가정집에서 주기적으로 꽃을 배달받는것도 일반적이고, 어느 집을 방문해도 꽃이 없었던 경우는 못 본것 같아요.
주말이면 가든센터에 사람이 넘쳐나는데 그 규모가 상상 이상이랍니다. 물론 마트에도 식물코너가 따로 있어 언제든 꽃이나 화분들을 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특별한 기념일에나 꽃을 사던 저 역시, 이제는 집에 식물이나 꽃이 없는 걸 상상할 수 없게 되었어요. 집 밖에서는 매해 3월에서 5월 사이에 열리는 커켄홉(keukenhof) 튤립 축제를 들르는 것이 소소한 재미였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온라인상의 가상 공간에서 열리게 되어 참 아쉬워요. 내년에는 꼭 다시 열리길 바라고 있어요.
고양이와 식물의 행복한 동거
"고양이와 식물이 잘 살아가기 위해,
기본적인 식물 공부는 필수예요."
고양이와 식물이 더불어 잘 살아가기 위해서, 기본적인 식물 공부는 필수라고 생각해요. 지인이 선물로 사 온 백합을 잠시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방심한 사이, 우지가 잎을 반쯤 먹은 사건이 있었어요. 부리나케 구토 유발제를 먹이고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수의사 말로는 "백합 섭취 시 고양이의 평균 사망률이 70% 이상"이라는 거예요.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 다행히 다 토해낸 후 이상이 없었지만, 백합은 완전 금지 꽃이 되었어요. 선물로 자주 들어오는 튤립은 정말 주의해서 관리하고 있고요.
참고로 대부분의 허브류(타임, 바질, 고수, 파슬리 등)와 고무나무, 필레아 등은 고양이에게 해롭지 않아서 편안하게 키우고 있어요. 몬스테라는 주의해야 하는 식물이지만 다행히 저희집 냥이들이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아 안심하고 생활한답니다. 아끼는 아레카야자를 냥이들이 갉아먹어서 속상할 때도 있는데, 켓닙을 방마다 둬서 관심이 덜 가게 유도하고 있습니다.
"식물은 생활 속 의외의 부분에도
영향을 끼쳐요."
식물에 대한 관심은 생활 속 의외의 부분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가드닝 관련 콘텐츠를 찾아보게 되고, 드라마를 보더라도 주인공보다 방안의 꽃에 눈이 먼저 가기도 해요.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보이던 맞은편 TV 대신, 식물들을 눈에 담고요.
식사하는 공간에 비교적 커다란 식물을 두면 야외 가든에서 식사하는 느낌도 들고 좋답니다. 지친 날엔 자전거로 공원을 가로지르거나 작은 카페에서 애플 케이크를 먹으면 금방 회복이 되지요.
남편과 자주 하는 얘기인데, 이태리 북부나 프랑스 남부 쪽 조용한 마을에 커다란 정원이 딸린 홀리데이 하우스를 꾸미고 싶어요. 작은 갤러리도 운영하면서요. 저희 둘 다 여행을 좋아하고, 한곳에 정착하기보다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성향이라 다음엔 또 어떤 나라에 살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미리미리 가든 꾸미는 공부도 틈틈이 하고 있답니다. 지금은 냥이 둘과 반려식물이지만 그때쯤이면, 강아지 둘도 함께 하면 어떨까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요.
Interviewed with @woomo.ze
Edited by Tree Planet
- Words by Tree Planet
"많은 사람들이 식물이 주는 편안하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이내 생활이 너무 바빠서, 잘 키우는 손을 가지지 못해서, 쉽게 죽이고 말 거라는 생각에 식물 들이기를 주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해요.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사실 식물 키우기에는 대단한 조건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식물과 함께 사는 삶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어느 날 꽃집에 들른 당신의 손에 소담한 식물 한 그루가 들려 있기를 바라면서 말예요."
글쓴이 프로필
윤정희
늘 명랑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인생을 걸어 나가고 싶은 에디터.
최근 나무만 보면 괜히 설레고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아무래도 짝사랑에 빠진 것이 아닌가 고심중이다.
안녕하세요. 그림을 그리고 공간 꾸미기를 좋아하는 조이(Joy)입니다. 디자이너로 오랫동안 일하다, 이웃들의 요청으로 하나둘 그림을 그려주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었네요.
귀여운 냥이 둘과 남편, 그리고 반려식물을 가꾸며 네덜란드에서 재미있게 살고 있습니다.
· Life with Trees ·
커피를 마시는 일처럼 자연스럽게,
네덜란드에서 식물과 사는 법
조화로운 분위기를 즐겨요."
저는 딱 하나의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아서 공간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요. 빈티지 가구를 유독 좋아하지만, 브랜뉴 디자인 제품도 아주 좋아해서 나이 차가 많이 나는 가구들이 조화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을 즐깁니다.
마음에 드는 빈티지 의자를 구하기 위해 이탈리아 남부까지 차로 스무 시간 이상 운전해서 업어온 경우도 있어요. 여행은 물론이고, 가구 주인과 차 한잔하며 가구에 얽힌 이야기를 하는 모든 과정을 좋아합니다. 집에 놀러 온 지인과 가구 하나하나에 얽힌 스토리를 얘기하다 보면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갈 정도고요.
제가 네덜란드에 살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몇 해 전에 독일 쾰른으로 출장을 왔다가 반 고흐의 그림을 보기 위해 암스테르담에 들렀는데, 너무 춥고 스산한 분위기였거든요. 출장 내내 감기로 고생해서 좋지 않았던 첫인상이었는데, 남편의 직장과 제 학업을 마치기 위해 이렇게 살고 있네요. 사람 일은 알 수 없나 봐요. :-)
커피를 마시는 일과 같아요."
성격 상 식물 키우기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본의 아니게 식구가 늘기 시작하며 어느새 식물과 함께 하는 삶을 즐기게 되었네요. 네덜란드 친구들은 남의 집에 갈 때 빈손으로 가는 경우가 드물답니다. 작은 화분이나, 꽃다발, 초콜릿, 와인 등을 선물하는 문화가 있어서, 저희집 초록 식구도 이렇게나 늘었네요.
처음엔 관리가 잘 안 돼서 시들어 죽어버리기도 여러 번이었지만, 거의 죽어가던 몬스테라에게 관심을 갖고 애정으로 보살펴주니 기적적으로 생기를 찾더라고요. 식물을 사물처럼 생각했던 제게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경험이었고, 그 후로 식물키우기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어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몬스테라
네덜란드는 전 세계 식물 유통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요. 하루에만 3천만 개체 수의 꽃과 식물이 거래된다고 하니 어마어마하죠. 그래서인지 꽃을 사고 식물을 가꾸는 것이 커피를 마시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많은 가정집에서 주기적으로 꽃을 배달받는것도 일반적이고, 어느 집을 방문해도 꽃이 없었던 경우는 못 본것 같아요.
주말이면 가든센터에 사람이 넘쳐나는데 그 규모가 상상 이상이랍니다. 물론 마트에도 식물코너가 따로 있어 언제든 꽃이나 화분들을 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특별한 기념일에나 꽃을 사던 저 역시, 이제는 집에 식물이나 꽃이 없는 걸 상상할 수 없게 되었어요. 집 밖에서는 매해 3월에서 5월 사이에 열리는 커켄홉(keukenhof) 튤립 축제를 들르는 것이 소소한 재미였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온라인상의 가상 공간에서 열리게 되어 참 아쉬워요. 내년에는 꼭 다시 열리길 바라고 있어요.
기본적인 식물 공부는 필수예요."
고양이와 식물이 더불어 잘 살아가기 위해서, 기본적인 식물 공부는 필수라고 생각해요. 지인이 선물로 사 온 백합을 잠시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방심한 사이, 우지가 잎을 반쯤 먹은 사건이 있었어요. 부리나케 구토 유발제를 먹이고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수의사 말로는 "백합 섭취 시 고양이의 평균 사망률이 70% 이상"이라는 거예요.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 다행히 다 토해낸 후 이상이 없었지만, 백합은 완전 금지 꽃이 되었어요. 선물로 자주 들어오는 튤립은 정말 주의해서 관리하고 있고요.
참고로 대부분의 허브류(타임, 바질, 고수, 파슬리 등)와 고무나무, 필레아 등은 고양이에게 해롭지 않아서 편안하게 키우고 있어요. 몬스테라는 주의해야 하는 식물이지만 다행히 저희집 냥이들이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아 안심하고 생활한답니다. 아끼는 아레카야자를 냥이들이 갉아먹어서 속상할 때도 있는데, 켓닙을 방마다 둬서 관심이 덜 가게 유도하고 있습니다.
영향을 끼쳐요."
식물에 대한 관심은 생활 속 의외의 부분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가드닝 관련 콘텐츠를 찾아보게 되고, 드라마를 보더라도 주인공보다 방안의 꽃에 눈이 먼저 가기도 해요.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보이던 맞은편 TV 대신, 식물들을 눈에 담고요.
식사하는 공간에 비교적 커다란 식물을 두면 야외 가든에서 식사하는 느낌도 들고 좋답니다. 지친 날엔 자전거로 공원을 가로지르거나 작은 카페에서 애플 케이크를 먹으면 금방 회복이 되지요.
남편과 자주 하는 얘기인데, 이태리 북부나 프랑스 남부 쪽 조용한 마을에 커다란 정원이 딸린 홀리데이 하우스를 꾸미고 싶어요. 작은 갤러리도 운영하면서요. 저희 둘 다 여행을 좋아하고, 한곳에 정착하기보다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성향이라 다음엔 또 어떤 나라에 살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미리미리 가든 꾸미는 공부도 틈틈이 하고 있답니다. 지금은 냥이 둘과 반려식물이지만 그때쯤이면, 강아지 둘도 함께 하면 어떨까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요.
Interviewed with @woomo.ze
Edited by Tree Planet
- Words by Tree Planet
"많은 사람들이 식물이 주는 편안하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이내 생활이 너무 바빠서, 잘 키우는 손을 가지지 못해서, 쉽게 죽이고 말 거라는 생각에 식물 들이기를 주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해요.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사실 식물 키우기에는 대단한 조건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식물과 함께 사는 삶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어느 날 꽃집에 들른 당신의 손에 소담한 식물 한 그루가 들려 있기를 바라면서 말예요."
글쓴이 프로필
윤정희
늘 명랑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인생을 걸어 나가고 싶은 에디터.
최근 나무만 보면 괜히 설레고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아무래도 짝사랑에 빠진 것이 아닌가 고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