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나무]죽은 게 아니에요! 양치식물의 극한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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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에서 많이 접해 익숙하지만, 실제 가본 이는 적어 우리에게 낯선 열대우림을 배경으로 한 영화 정글북을 보고 있자면, 갖가지 풀과 나무의 향연에 무릇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솟구친다. 이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식물 중 하나가 바로 양치식물로, 이들은 지구의 역사를 함께한, 식물계의 조상님이다.


영화 <정글북>의 스틸컷

가장 오래 살았고 원시적인 식물인 만큼 잎의 모양과 나무나 돌 등에 붙어 자라는 형태가 생생한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하기에, 지난 겨울철 집안에서 키우기 좋은 반려식물 편에서 소개한 바 있다.



오늘은 한반도에서 자라는 양치식물과, 그들이 겨울을 나는 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푸른 잎이 바짝 말라 꼭 죽은 것처럼 보여도, 사실 극한의 겨울을 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 A Gardener's Tree ·


죽은 게 아니에요!
양치식물의 극한 겨울나기



겨울을 나는 개면마

양치식물은 어떻게 춥고 긴 겨울을 날까? 온대기후대에 자생하는 양치식물은 저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월동하는데, 지상부가 완전히 고사하는 낙엽형잎의 일부가 초록빛을 유지하는 반상록형, 푸른 빛을 지키는 상록형으로 나눌 수 있다대부분 따뜻한 남쪽 지방이나 제주도에 다양한 수종이 자생하고 있으며, 낙엽형이나 반상록형은 온대 중부지역에 살고 있다. 


노지에서 월동이 안 되는 양치식물도 있는데이들은 일 년 안에 생활사를 모두 마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물부추물고사리생이가래개구리밥 등과 같은 수생양치식물은 실내온도가 따뜻하게 유지되는 곳에 두면 계속 건강하게 자라 두고 볼 수 있다.


실내에서는 푸른 겨울을 나는 아이들로.

양치식물을 실내 반려식물로 들이고자 할 때는 실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수종을 선택할 필요가 있는데낙엽성반상록성 양치식물은 지상부가 대부분 고사하기 때문에 사철 푸르름을 감상할 수 있는 상록성수종이 적합하다. 요즘은 아열대열대기후지역에서 자생하는 네프롤레프스속(Nephrolepis)의 몇몇 종들이 주로 벽면녹화와 실내장식꽃꽂이 소재로 사랑받고 있다. 


네프롤레피스

우리나라 태생에도 내한성도 우수하고 관상 가치가 뛰어난 양치식물이 많지만, 원예소재개발에 대한 노력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그래도 최근 들어 도깨비쇠고비골고사리파초일엽 등 일부 양치식물이 실내식물로 개발되어 주목받기 시작했다. 


부처손개부처손바위손등은 부처손과에 속한 식물로 자생지 환경을 살펴보면 주로 암석지나 절벽 같은 곳의 척박한 환경에서 볼 수 있을 만큼 적응력이 뛰어난 수종들로 돌이나 나무에 부착시켜 연출하기 좋으며건조나 추위에도 강해 베란다와 같이 온도변화가 극심한 곳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다.


부처손 ©오름나들이

속새개속새와 같은 속새과 식물은 축축한 반음지와 습지 주변에 주로 잘 자라는 수종으로 자생지 환경과 유사하게 물허벅수반과 같은 용기에 담수시켜 관리하면 늘 생동감 있게 자라며, 잎의 형태가 독특하고 변이가 다양한 봉의꼬리큰봉의꼬리부싯깃고사리암공작고사리섬공작고사리공작고사리 등도 반려식물로 추천하고 싶은 아이들이다.


©Patch


초봄에 강한 생동감을 느끼고 싶다면.

혹독한 겨울이 가고 날이 풀려가면, 만물이 움트는 봄이 오고야 만다. 만물이 움튼다고는 하지만 그 강한 생명력을 집에서 느끼기란 어려운 일이다. 개면마청나래고사리관중과 같은 낙엽성 양치식물은 사철 푸르름을 감상하기는 힘들지만 초봄에 시들었던 기부에서 왕성한 세력이 성장하면서 강한 생동감을 주는 매력이 있다


do.doo.dle 님의 정원에 피어난 청나래고사리 ©do.doo.dle

이런 낙엽성 수종들은 겨우내 충분히 휴식을 취해줘야 하므로늦가을 잎이 완전히 고사하면 밤낮의 온도변화가 적은 반음지 환경에서 관리하는 것이 좋다아파트와 같은 곳에서는 햇빛이 비교적 덜 들어 온도변화가 적은 뒷 베란다에 두고 분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물관리를 해주는 것이 좋으며마당이 있는 집에서는 상록침엽수 하부나 집 뒤편에 그늘진 곳에 두고 관리하는 것이 좋다월동 중에 너무 과습하거나 건조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요령이다.




글쓴이 프로

권용진

고등학교 영어책 예문으로 실린 가드너(Gardener)의 직업관에 매료되어 가드너를 꿈꾸게 되었다. 사립수목원에서 초보 가드너 생활을 시작으로 서울식물원 조성, 푸른수목원 운영,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전시원 관리에 이르기까지 20여 년을 가드너로 지내오고 있다. “평생의 행복을 원한다면 정원사가 되어라”라는 존 브록스의 말처럼 정원과 식물을 가꾸는 일로 평생을 행복한 가드너로 살고 싶다.




편집자 프로

윤정희

늘 명랑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인생을 걸어나가고 싶은 에디터.

최근 나무만 보면 괜히 설레고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아무래도 짝사랑에 빠진 것이 아닌가 고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