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있는 삶,Life with Trees]화장실 기다리며 힐링하기? 도심 속 버티컬 포레스트 & 그린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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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한 도심 속에서 조금이나마 쾌적함을 느낄 때가 있다면 언제인가요? 출근길 차창에 비친 가로수를 보며 계절의 변화를 느낄 때, 점심 식사 후 가까운 공원에서의 짧은 산책, 책상 위 화분에 물을 주는 순간... 도심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쉬운 힐링은, 늘 초록의 무언가와 맞닿아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공원을 만들고, 실내 공간에 식물을 들이고, 그것도 모자라 지붕과 옥상에 텃밭을 꾸리고, 건물 벽면에 숲을 만들려는 노력은, 빌딩에 갇혀버린 인간이 최대한 태초의 인간답게 살고 싶어 시작한 일들이 아닐까요?


한쪽 벽면에 커피나무를 잔뜩 심은 카페부터 식물로 둘러싸인 화장실까지, 여기 전 세계 다양한 사례의 수직 정원(버티컬 포레스트, Vertical Forest)와 그린 월(Green Wall)을 모아봤어요. 오늘은 자연과 가깝게 살고 싶은 전 세계 사람들의 노력을 만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 봐요!


하나의 빌딩이 품은 1헥타르의 숲, 보스코 베르티칼레
Bosco Verticale (Milano, Italy)

이탈리아의 유명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Stefano Boeri ‎)의 손끝에서 탄생한 이 아파트는 2014년에 완공되어 어느새 밀라노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어요. 각 26층, 18층 두 개 동에 테라스마다 심은 900여 그루의 나무 덕에, 숲 1헥타르에 맞먹는 공기 정화 효과를 낸다고 합니다.


이 많은 나무들을 어떻게 다 관리하냐고요? 조경에 필요한 물은 생활 하수를 정화하여 사용하고, 전담 조경사가 나무의 식재와 건강을 책임지고 돌본다고 해요. 


이렇게 만들어진 수직 숲은, 입주민의 프라이버시와 생활면에서도 이점을 주는데요, 나무의 무성한 잎이 천연 커튼 역할을 해 사생활을 보호해줄 뿐 아니라, 직접적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가려주어 냉방비가 절약된다고 합니다. 물론 실내 공기 정화 효과는 말할 것도 없겠죠?


뉴욕 브루클린의 핫한 카페, 데보시온
Devocion (Brooklyn, New York)

© Devocion

어떤 블로거는 이곳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떼를 파는 곳'이라고 소개했는데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이유가 단지 커피 맛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앤티크한 목재 가구와 대비되는 짙은 초록의 벽면이 눈길을 확 사로잡는 것을 보면요. 


 © Devocion

이곳 그린월은 카페에서 사용하는 최고급 콜롬비아산 커피나무를 심어놓아, 카페의 방향성과 상품의 신선함까지 확실하게 어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랍니다. 카페는 고객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카페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향긋한 커피와 함께 깨끗한 공기까지 누릴 수 있으니, 그야말로 숨 쉬는 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습니다. 실내 플랜테리어가 나아가야 할 모범 사례가 아닐까요?


© Devocion


화장실 줄 서서 힐링하기? 롱우드 식물원
Longwood Gardens (Kennett Square, Pennsylvania)

© wikimedia commons

보이는 것이라곤 오직 초록 잎사귀들뿐인 곳에서 화장실을 기다리는 기분은 어떨까요? 펜실베이니아에 위치한 롱우드 식물원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분수대를 가진 것으로 유명할 뿐 아니라, 북미에서 가장 큰  그린월을 가지고 있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요. 


롱우드 식물원의 그린 일에는 무려 47,000여 본의 식물이 심어져 있는데, 작은 관을 따라서 흐르는 물이 원하는 지점에서 방울방울 배출되도록 하는 '점적관수'방식으로 식물을 관리한다고 해요. 이 방법은 물을 공급하는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벽 표면에 물이 흐르지 않고, 소량의 물로도 모든 식물에 적절하게 공급할 수 있어 매우 효율적인 물주기법이랍니다.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 최대의 수직정원, 서울시 신청사
New Seoul City Hall (Seoul, Korea)

서울시청하면 바로 푸른 잔디가 넓게 깔린 시청 앞 광장을 먼저 떠올리실 분들이 많을 텐데요, 2012년에 완공된 서울시 신청사에 들어가 보면 서울광장의 그 푸르른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넓게 깔린 서울광장의 잔디가 벽을 타고 들어오는 느낌을 물결무늬로 표현한 이 세계 최대의 수직정원에는 산호수, 이글레오네마, 스킨답서스, 스파티필럼 등 실내 공기 정화에 14 약 65,000본의 식물이 살고 있답니다.


© 서울타임스

7층 높이의 실내공간 전면부에 가득 들어선 이 그린 일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그린 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는데요, 그린 일로 인해 방문객이 숲속에 들어온 느낌을 받는 것은 물론,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실내 온습도를 조절해 여름과 겨울의 온도 차이가 크지 않아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해요. 특히 이 정원에 사용되는 전기는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과 지열 등의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하고, 빗물로 관수하고 있어 관리 유지까지 친환경적으로 할 수 있답니다.


서귀포 시청 제2청사 / 시네 Q / 이니스프리 © 창조원

이처럼 버티컬 포레스트, 수직 정원, 그린 월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도심 속 숲은, 친환경 도시를 꿈꾸는 많은 나라에서 활발히 시도되고 있어요.

포름알데히드, 이산화탄소 등의 독성 물질을 정화하여 공기의 질을 향상시키고, 에너지를 절감하고, 도심의 열섬현상 감소에도 도움을 주는 도심의 숲. 무엇보다 회색빛 콘크리트에서 확 바뀐 녹색 벽면을 보고 있으면 모니터 속 글자를 들여다보느라 피곤해진 눈이 정화되는 느낌이 듭니다.


© www.greenovergrey.com

도시가 시끄럽고, 공기도 좋지 않고, 복잡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대도시에 몰리고, 우리는 그런 21세기에 살고 있습니다. 환경오염과 미세먼지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동네마다 빽빽이 들어선 아파트로 숨쉬기 어려울 것 같은 이 시대. 어쩌면 자연과 좀 더 가까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이 하나의 빌딩이 품은 1헥타르의 숲에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