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t for all][Power of Partnership] 조금 더 가볍고 도톰한, 나무를 베지 않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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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포스트에서 트리플래닛과 교보문고가 독자와 함께 만들어나갈 '문장의 숲'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죠? 교보문고는 지난 10월 30일부터 그동안 우리에게 좋은 책을 내어준 숲을 위해, 독자와 함께 국립백두대간 수목원 내에 멸종위기 나무를 심는 캠페인을 시작했는데요, 벌써 25,702여 명의 독자분께서 도서 구매 시 받는 통합 포인트를 기부함으로서 캠페인에 참여해 주셨답니다!



그리고 숲 지키기 운동의 일환으로, 문학동네와 교보문고가 함께 친환경 한정판 리커버 '숲 에디션' 네 권을 만들었어요. 만드는 비용은 좀 더 들었지만 재생지를 사용해 조금 더 가볍고, 환경을 해치는 가공을 최대한 자제해 조금 더 도톰한, 나무를 베지 않고 만든 책 네 권을 펼쳐볼까요?





"살아가기 위해선 이유가 필요해."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할아버지는 대답하는 대신 몸에 좋은 박하차만 한 모금 마실 뿐이었다. …“하밀 할아버지, 왜 대답을 안 해주세요?”“넌 아직 어려. 어릴 때는 차라리 모르고 지내는 게 더 나은 일들이 많이 있는 법이란다.”“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그렇단다” 할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왔다.(p.12~13)


열네 살 소년 모모가 들려주는 신비롭고 경이로운 생의 비밀을 담은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의 생』. 악동 같지만 순수한 어린 주인공 모모를 통해 이 세상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는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불행한 사람들의 슬픔과 고독과 사랑을 그려냅니다.


인종적으로 차별받는 아랍인, 아프리카인, 아우슈비츠에 끌려갔다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유태인, 살아가기 위해 웃음을 팔아야 하는 창녀, 친구도 가족도 없는 노인, 성 전환자, 가난한 사람들과 병든 사람들…… 모모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그들 자신도 스스로를 소외시켜 살아가는 사람들인데요, 소진되어가는 삶에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이지만 동시에 사랑에 가득 차서 살아가는 이들을 통해 모모는 슬픔과 절망을 딛고 살아가는 동시에, 삶을 껴안고 그 안의 상처까지 보듬을 수 있는 법을 배웁니다.





"이 끝없는 전쟁은 결국은 무의미한 장난이며,
이 세계도 마침내 무의미한 곳인가."


"한 바다에 가을빛 저물었는데, 찬바람에 놀란 기러기 높이 떴구나. 가슴에 근심 가득 잠 못드는 밤, 새벽 달 창에 들어 칼을 비추네." - 한산도 야음


인간 이순신을 만나고 싶나요? 『칼의 노래』는 이순신이 임금의 명을 거부했다는 죄로 옥고를 치르다가 전세가 기울자 풀려나 삼도수군통제사를 맡게 된 정유년부터 노량해전에서 적탄을 맞아 영면하기까지 겪은 사건들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 김훈은 전쟁터에서 명예롭게 죽고자 하는 무인 이순신이 정작 전쟁 외의 상황 때문에 겪었을 인간적인 고뇌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는데요, 선조의 실정에 의한 불안, 강대국인 명의 비위를 맞추며 나라를 지켜내야 하는 약소국의 한, 가장으로서 가족을 구하지 못한 슬픔 등이 전쟁의 경과보다 더욱 세세하게 밝혀집니다.


그간 이순신을 그려낼 때 빠지지 않았던 전쟁서사 대신, 아군이란 없었던 한계상황에서 무너지려는 자신을 끝없이 일으켜 세워야만 했던 이순신의 고독하고 불안한 내면을 그려내는 수작입니다.





"나무든 사람이든 무언가를 성장시키는 과정은 멀고도 험난하다."


나무든 사람이든 무언가를 성장시키는 과정은 멀고도 험난하다. 조림도 처음엔 술술 잘 풀리는 듯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임종국은 적지 않은 문제에 부딪혔다. 투자 비용을 감당하는 것도 주위 사람의 조롱을 견디는 일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한 것은 1968년에 찾아온 극심한 가뭄이었다. 물을 많이 줘야 잘 성장하는 편백과 삼나무는 가뭄을 견디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나무를 살리려고 지게로 물을 져 날랐다. 그의 지극한 정성에 나무도 감복했는지 다행히 나무는 극심한 가뭄에도 죽지 않고 잘 자랐다. (p.195~196)


‘나무 인문학자’ 강판권이 계절에 맞춰 숲을 다니며 나무를 관찰한 아름다운 여정을 글과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굽이굽이 인생길을 은해사 소나무 숲에 빗대어 보고, 자신의 모습을 백양사 비자나무숲에 비춰 보며 숲길을 걷는 즐거움을 알려줍니다.


나무는 함께 사는 법을 안다고 합니다. 평생 한 곳에서 옆의 나무와 치열하게 햇볕 경쟁을 하지만, 다른 생명체에게 자신을 조금씩 내어주는 상생의 길을 택하죠. 나무는 사람 없이 살 수 있어도 사람은 나무 없이 살지 못하지만, 우리가 나무를 바라보는 태도는 그동안 너무 비 생태적이었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숲만 보지 말고 나무를 제대로 보라"고 강조하고 싶다는 이와 함께 우리나라 곳곳의 역사와 인생을 품은 나무를 만나러 떠나볼까요?





"삶은 그냥 살아나가는 것이다. 건강하게, 열심히 걸어나가는 것이
우리가 삶에서 해볼 수 있는 전부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길 끝에서 느낀 거대한 허무가 아니라 길 위의 나를 곱씹어 보게 되었다. 그때 내가 왜 하루하루 더 즐겁게 걷지 못했을까. 다시 오지 않을 그 소중한 시간에 나는 왜 사람들과 더 웃고 떠들고 농담하며 신나게 즐기지 못했을까. 어차피 끝에 가서는 결국 아무것도 없을 텐데. 내 삶도 국토대장정처럼 길 끝에는 결국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인생의 끝이 ‘죽음’이라 이름 붙여진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무(無)’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루하루 좋은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하는 것뿐일 테다.(p.26)


하루 3만 보씩 걷고, 심지어 하루 10만 보까지도 기록한 적 있는 유별난 걷기 마니아로 알려진 배우 하정우의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 강남에서 홍대까지 거침없이 걸어 다니고, 심지어 비행기를 타러 강남에서 김포공항까지 8시간에 걸쳐 걸어간 적도 있는 저자가 무명배우 시절부터 천만 배우로 불리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기쁠 때나 어려운 시절에나 골목과 한강 변을 걸으면서 스스로를 다잡은 기억을 생생하게 풀어놓습니다.


사람들이 쉽게 성공과 실패의 양극단으로 나누어 단정 지어버리는 순간조차 자신이 끝까지 걸어야 할 긴 여정의 일부라 믿으며 자신만의 보폭으로 걸어가는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건강한 두 다리로 기꺼이 즐기면서 걸어가는 삶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답니다.


책 등에 실이 보이는 것은 파본이 아닌 친환경 노출제본입니다.



※ 본문의 책 소개는 인터넷 교보문고의 책 소개를 참고했습니다.




"우리에게 책을 내어준 숲을 지키기 위해"


이번 교보문고의 한정판 책다시숲 리커버 에디션을 디자인한 문학동네 윤종윤 디자이너는,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무엇보다 어떻게 하면 더 친환경적인 책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표지 코팅에 사용되는 합성비닐과 특수 가공 절차를 없애고, 합성본드 양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철 제책 방식의 책 네 권이 탄생하게 되었답니다.


책은 모바일인터넷교보문고와 일부 매장(광화문, 강남, 인천, 대구, 부산, 잠실, 합정)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책 한 권을 만드는 데 숲이 이렇게 많은 말을 건넵니다." 이번 캠페인을 주도한 교보문고의 말을 되새겨봅니다. 책을 펼칠 때마다 숲의 고마움을 기억하고 따뜻한 숨결과 온기가 전달될 수 있도록, 교보문고의 진심은 계속될 겁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교보문고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