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있는 삶,Life with Trees]직접 리모델링한 시골 구옥에서, 자연의 변화에 감동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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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3년 전 아주 오래된 시골집을 남편과 셀프로 공사해 살고 있어요. 패브릭 소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프리랜서로 마케팅과 사진촬영도 하고 있는 N잡러입니다. :-) 

직접 만든 소파와 쿠션, 거실 모습 

특별하지는 않지만 소소한 행복을 찾는 매일입니다. 살림과 일을 동시에 집에서 하다 보니 외출은 아주 가끔이지만, 락이(반려견)와 마당에 나가 놀며 자연을 가까이 즐기는 일상이에요.


· Life with Trees ·
직접 리모델링한 시골 구옥에서,
자연의 변화에 감동하는 삶


비오는 날 찾은 우리의 시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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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교복처럼,

똑같은 아파트에서의 삶의 무기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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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은 정말 오래된 시골 구옥입니다. 남편과 연인 시절부터 캠핑을 즐기며 지내다 보니 자연과 가까이 살기를 늘 꿈꾸었고 이사계획이 없을 때도 늘 드라이브를 하면서 시골집을 찾아다녔어요. 학창 시절에 늘 똑같은 교복을 입는 게 큰 스트레스였던 것처럼 똑같이 생긴 아파트에서 잠만 자고 출근하는 생활이 정말 무기력했거든요.

그러다 지금의 집을 비 오는 날 찾게 되었고 빗소리와 냇가의 물소리, 잔잔한 바람이 나부끼는 소리에 반해 무작정 계약해 버렸답니다. 너무 무모하고 무계획이었지만 지금은 정말 만족해요. 

텃밭에서 모종심기 작업중인 모습과 수확한 두릅

불편함 속에 더 큰 행복과 추억이 집이라는 공간에서 탄생할 수 있는 게 주택에서의 삶인 것 같아요. 누구의 간섭도 없이 야외공간에서 자유롭게 지낼 수 있고, 늘 자연의 변화에 감동하기 바쁜 삶이에요. 

마당에서의 봄날 캠핑

눈 온 마당


아파트와 주택 사이가 고민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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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은 이목구비가 예쁜

열아홉 살 소녀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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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벌레와 부지런함은 꼭 함께랍니다. 아무리 좋은 살충제가 있어도 아파트보다 벌레가 많은 건 사실이거든요. 아파트와 달리 주택은 이목구비가 정말 예쁜 열아홉 살 소녀 같아요. 어떻게 꾸미는지에 따라 다른 집이 되고 얼마나 가꾸느냐에 따라 집의 미래가 달라지니까요. 

마당에 잔디와 꽃밭을 원한다면 공들이는 시간은 더욱 길어지지요. 그런 부분을 다 감수할 수 있을 때 주택살이가 맞는 것 같아요. 저는 버튼만 누르면 따뜻해지는 보일러보다 등유를 손수 넣고 장작에 불을 붙이는 아날로그적인 삶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딱인 것 같고요. :-P 

저희 집은 앞뒤가 산으로 되어있어서 새벽에는 고라니가 뛰어다니고, 산책길에서 멧돼지를 만날 때도 있고, 각종 벌레와의 첫 만남도 잦답니다. 그런 이벤트들이 겁나기보다 신기하고 즐기는 편이라 지금의 환경에 만족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시골 텃새가 무섭다고들 하시는데 저희는 운 좋게 주변 어르신들도 좋으셔서 복이라고 생각해요. 


식물과 소통하며 생긴 마음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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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자라면 기다려줄 수 있는,

작은 잎과 꽃 하나에도 생기는 기쁨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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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까래가 보이는 거실과 다이닝룸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에요. 공사하면서 너무 힘들어서 울기도 많이 울었던 공간인데,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그 힘든 선택을 다시 할 것 같아요. 손님이 오시면 가장 감탄하시는 공간이기도 해요. 

그리고 마당에서는 장미 넝쿨을 제일 좋아해요. 아주 오래된 넝쿨이라 이사 온 첫해에는 관리가 되지 않아서 꽃이 많이 피지 않았지만, 계속 영양제와 진드기 관리를 해주니 지금은 정말 풍성한 장미 정원이 되었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식물들이 제게 주는 사인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해요. 물이 부족하면 늘어지고 빛과 통풍이 부족하면 잎이 변색되며 정성이 부족하면 새잎이 나지 않더라고요. 식물과 소통하며 지내다 보니 마음에 여유가 많아졌어요. 느리게 자라면 기다려줄 수 있는, 작은 잎과 꽃 하나에도 생기는 기쁨을요. 


먼 훗날엔 지금보다 좀 더 자연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요. 큰 나무들이 둘러싼 숲 속에서 살아보고 싶은 로망이 있답니다. 아침에는 일출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점심엔 일광욕을 즐기고, 저녁엔 노을을 보며 저녁을 먹고 밤엔 쏟아지는 별빛아래 남편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Interviewed with @rakzip0923
Edited by Tree Planet



- Words by Tree Planet

"많은 사람들이 식물이 주는 편안하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이내 생활이 너무 바빠서, 잘 키우는 손을 가지지 못해서, 쉽게 죽이고 말 거라는 생각에 식물 들이기를 주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해요.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사실 식물 키우기에는 대단한 조건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식물과 함께 사는 삶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어느 날 꽃집에 들른 당신의 손에 소담한 식물 한 그루가 들려 있기를 바라면서 말예요."




글쓴이 프로필

윤정희

늘 명랑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인생을 걸어 나가고 싶은 에디터. 최근 나무만 보면 괜히 설레고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아무래도 짝사랑에 빠진 것이 아닌가 고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