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있는 삶,Life with Trees]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공간, 식물 레이어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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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공간디자인 회사 '탠 크리에이티브'를 운영하고 있는 김지은이라고 합니다. 



다들 그렇듯 재택과 현장 근무를 번갈아 하며 그 안에서 밸런스를 찾아가려 노력하는 중이에요. 집안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찾는 게 요즘 저희의 관심사랍니다. 





· Life with Trees ·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공간,
식물 레이어링의 힘




저는 원래 플로리스트로 10년 정도 활동했었어요. 꽃을 디자인하는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공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마침 공간디렉터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친구의 제안으로 2017년 탠 크리에이티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유튜브에 소개되어 많이 알려진 프로젝트 중 하나가 노후주택 리모델링인데, 말 그대로 3~40년 혹은 그보다 더 나이가 많은 주택을 주거 또는 상공간으로 디자인하고 리모델링합니다.

 


보통 상공간 디자인을 의뢰하시는 분들이 많은 편이었는데 올해 들어 주거 관련 의뢰 비율이 확실히 높아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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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온 첫날부터

계속 여기 살았던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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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 있는 집은 25평 소형 아파트예요. 아이 하나와 저희 부부가 살만한 작은 집에 어울리는 따뜻한 인상을 주고 싶었습니다. 자연스럽고 편안하면서, 마치 오래전부터 이곳에 살았던 것 같은 느낌을 원했어요.



그래서 반짝이거나 도드라지지 않는 자재들을 고르고 디자인도 트렌디한 느낌보다는 조금 더 편안한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었습니다. 뉴트럴 컬러에 나무 소재를 많이 사용하는 탠의 디자인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았어요.



시간이 지나고 다시 들춰보아도 질리지 않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이사 온 첫날부터 마치 계속 여기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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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들어오는 시간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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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스트로 10년을 일하며 자연스럽게 초록이 주는 힘이 얼마나 큰지 배웠어요. 사실 탠의 공간디자인에서도 식물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탠의 식구들도 공간을 설계하고 시공까지 마무리한 후 식물이 들어오는 시간을 기다립니다.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그 공간이 살아나는지 아니까요.



식물은 또한 공간을 마무리하는 아주 좋은 오브제이기도 해요. 식물이 처음이라면 큰 식물부터 들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공간 안에 그저 초록의 색감만 살며시 들어가도 분위기는 달라지거든요. 작은 식물들부터 들이며 점차 크기를 늘려 덩치 있는 식물들을 배치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또 결이 비슷한 작은 크기의 식물과 중간 크기의 식물들을 레이어드 하는 방법도 좋아해요. 그렇게 두세 개를 함께 배치해 보면 오히려 큰 식물 하나를 두는 것보다 훨씬 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완성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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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좋고 관리 편한 식물부터

키워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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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수가 늘어나다 보면 하나하나 보살피다가 지치기도 하고, 식물 가꾸기가 우선순위에서 벗어나 방치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너무 어렵고 까다로운 식물보다 조금 덜 예쁘더라도 성격 좋고 관리 편한 식물을 키워보면 어떨까요? 



첫인상은 조금 덜 예뻤던 아이도 한 뼘씩 키가 자라고 보들보들한 새 잎이 나는 걸 보다 보면 어느덧 가장 애착이 가는 식물이 되기도 하지요. 너무 어렵지 않은 식물을 (한꺼번에 왕창 말고) 하나씩 들여 보세요! 



작은 정글뷰의 협탁을 보며 눈을 뜨는 아침은 늘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어요. 아이 역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식물이 있어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새로 돋아나는 잎을 보며 말해요. "이 나무에 막내가 태어난다, 힘내라!" 



전 제 눈이 닿는 곳곳에 아주 작더라도 초록을 둡니다. 캠핑을 하러 가서 멍하니 머리를 비우는 불멍만 있는 게 아니라 초록멍의 힐링도 있답니다. 초록의 힘은 분명 커다라요. 



지금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지내고 싶어요. 초록들과 함께요.




Interviewed with @studiotpd
Edited by Tree Planet




- Words by Tree Planet

"많은 사람들이 식물이 주는 편안하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이내 생활이 너무 바빠서, 잘 키우는 손을 가지지 못해서, 쉽게 죽이고 말 거라는 생각에 식물 들이기를 주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해요.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사실 식물 키우기에는 대단한 조건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식물과 함께 사는 삶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어느 날 꽃집에 들른 당신의 손에 소담한 식물 한 그루가 들려 있기를 바라면서 말예요."




글쓴이 프로필

윤정희

늘 명랑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인생을 걸어 나가고 싶은 에디터. 최근 나무만 보면 괜히 설레고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아무래도 짝사랑에 빠진 것이 아닌가 고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