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있는 삶,Life with Trees]모녀 삼대가 아파트에서 전원을 누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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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150여 종의 식물과 더불어 동갑내기 남편, 딸과 사위 그리고 일곱살 손녀와 함께 살고 있는 68세의 주부입니다. 



취미로 식물도 키우지만 아코디언 연주하기를 즐깁니다. 집에서 아코디언 소리가 나면 식물들도 좋아하겠죠? 





· Life with Trees ·

모녀 삼대가 아파트에서

전원을 누리는 




모녀가 함께 쌓는 식물 기록



예전부터 워낙 꽃을 좋아해서 항상 집에 식물을 들였는데, 나이가 들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그 수가 더 늘어 이렇게 식집사가 되었네요. 올해 초부터는 딸의 제안으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어요. 살림을 합치게 된 둘째 딸이 제가 키우는 식물들을 사진으로 담고 계정을 관리한답니다. .



저희 집이 있는 동과 옆 동 사이에 볕이 참 잘 들어요. 그냥 두기가 너무 아쉬워서 주민들의 허락을 받아 디딤돌을 놓고 수국을 심고, 화단을 꾸며보았어요. 단지가 작고 사는 주민들이 다 오래된 친구 같아서 좋아들 해주신답니다. 저로서는 감사한 일이지요. 





기분전환과 분위기 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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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중 하나를 선택하기란

너무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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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 중 하나를 선택하기란 너무 어려워요. 각자의 매력이 있지요. 기분 전환과 즐거움은 꽃이고, 항상 그 자리에서 우직하게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건 나무인 듯해요. 둘 다 좋아해서 무엇 하나 고르기가 힘드네요. 



흔하긴 해도 수경이나 삽수로 식구를 늘리는 식물에게 애정이 많이 가요. 베고니아, 제라늄과 같은 아이들에 애착이 가고, 홍등화, 페페로미아도 재미있어요. 이제는 개체 수를 늘리지 않고 크게 키우려 해요.





매일 아침 식물과 인사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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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력이 될 때까지

식물은 가까이 두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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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베란다로 가서 밤사이 온습도를 확인하고 시든 잎을 따 줘요. 목마른 아이들에게는 물을 주고 번갈아가며 샤워로 잎에 앉은 먼지를 씻어냅니다. 집안 150여 개의 식물과 매일 아침 인사하는 방법이죠.



식물과 가까이하려면 무엇보다 부지런함과 청결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성격이 깔끔한 편이라 조금의 흙과 먼지도 없게 노력해요. 그래도 가끔 벌레는 나오지만요. 제 나이 언제까지 화분을 들고 다니고 분갈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여력이 될 때까지는 식물은 가까이 두고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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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의 소소한 즐거움이

남은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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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이 다 된 나이지만, 식물에 대한 안목을 계속해서 키워 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요즘 정말 잘 만든 트렌디한 토분도 많잖아요. 요즘은 그런 것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다양해져서 참 좋아요. 또 주위 사람들에게 식물을 나누어주는 것도 즐겁더라고요.



지난번 젊은 부부에게 연필선인장 하나를 무료 나눔 했는데 답례로 귀한 셀프 포토엽서와 베고니아 모모야마를 선물 받았어요. 주위의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남은 삶을 더욱 풍요롭고 즐겁게 하지 않을까 싶어요.





Interviewed with @mongenius
Edited by Tree Planet




- Words by Tree Planet

"많은 사람들이 식물이 주는 편안하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이내 생활이 너무 바빠서, 잘 키우는 손을 가지지 못해서, 쉽게 죽이고 말 거라는 생각에 식물 들이기를 주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해요.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사실 식물 키우기에는 대단한 조건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식물과 함께 사는 삶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어느 날 꽃집에 들른 당신의 손에 소담한 식물 한 그루가 들려 있기를 바라면서 말예요."




글쓴이 프로필

윤정희

늘 명랑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인생을 걸어 나가고 싶은 에디터. 최근 나무만 보면 괜히 설레고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아무래도 짝사랑에 빠진 것이 아닌가 고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