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있는 삶,Life with Trees]이 모두가 하나의 방이라고? 주조연 확실한 컬러 플랜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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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웹디자이너로 오래 일하다 지금은 프리로 간간이 일하고 있는 반백수입니다.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라며 적당히 생활할 정도로만 벌고 쓰며 사는 한량에 가까워요. :-) 

건강상의 이유로 일을 좀 쉬다가 1년 전 취미로 시작한 집꾸미기 sns에 오히려 많은 시간과 정성을 할애하고 있어요. 워낙 야외활동을 싫어하는 정적인 사람이라 집에서의 취미생활이 활력소가 돼요. 방 배치도 바꾸고, 늘어나는 식물 식구들에게 물을 주거나 바람을 쐬어주고, 침구를 바꾸고, 리폼도 하고, 나만을 위한 포스터 작업도 하며 소소하게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답니다. 


· Life with Trees ·
이 모두가 하나의 방이라고?
주조연 확실한 컬러 플랜테리어


'컬러 처방약'으로 꾸며진 나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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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웠고 지루했어요.

지금의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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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꾸며보기 전까진 제가 이렇게 색을 좋아하는지 몰랐어요. 인테리어에 관심은 있었지만 집에 돈을 쓰는 건 허튼데 돈 쓰는 거라는 옛날 사고방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여러 이유로 집에서 쉬게 되었는데, 문득 방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지겨웠고 지루했어요. 지금의 나처럼. 

제 기준에는 너무 비싸다고 느껴서 망설이던 침구가 있었는데 그 찌질한 모습을 본 호적메이트가 쿨하게 사준 것이 터닝포인트가 되었어요. 침구를 바꾸고 나니 기분이 나아지더군요. 밤에 자려고 누웠을 때와 아침에 일어나 처음 보는 색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달까요. 그 후 물건을 살 때, 기분이 좋아지는 색으로 고르게 되더라고요. 저에게 컬러는 마치 <처방약>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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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방은

파리의 어느 작은 아파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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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포스터는 인테리어의 가장 큰 축인데요, 주로 포스터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색에 맞는 주제로 주변을 꾸미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파란빛의 파리의 한 구역을 보여주는 사진이면, ‘이제 내 방은 파리의 어느 작은 아파트다.’라는 식으로요. 

마음에 드는 포스터가 없거나 마음에 들지만 너무 비쌀 땐 무료 사진을 다운로드하거나 제가 직접 작업해서 만들곤 해요. 기술 배워서 뭐 하나요. 써먹어야죠. :-) 


여러 색을 어울리게 매치하는 저만의 팁은 두 가지예요.
1. 장르를 정했으면 색의 주인공과 조연을 확실히 정해줍니다. 장르가 로맨틱이면 주인공은 핑크, 조연은 화이트와 블루, 골드와 같은 식으로요.
2. 포스터와 침구의 색은 늘 이어지게 배치합니다. 서로의 색을 하나 이상 꼭 갖게끔 하는 거죠. 그러면 어색하지 않게 전체적인 무드가 잡힌답니다. 


갤러리가 되어주는 내 방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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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놓아야 비로소

공간이 살아있는 듯 활기차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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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식물은, 주로 공간을 모두 꾸몄다 싶을 때 마지막을 장식하는 중요한 요소예요. 조화롭게 매치하는 제 방법은 강약 조절입니다. 주변의 가구, 포스터, 소품 등의 크기와 컬러감의 강약을 생각해서 적절한 곳에 적당한 크기와 어울리는 수형의 식물을 놓는 거죠. 

비어있는 공간엔 풍성한 아이로, 꽉 차있는 공간엔 길쭉하고 쭉 뻗은 수형으로. 식물을 놓아야 비로소 공간이 살아있는 듯 활기차져요. 

미혼이고 가족과 함께 살다 보니 제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공간은 방과 거실의 한 켠인데요. 제 방에서도 특히 벽을 좋아해요. 공간적 한계로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건 침구, 포스터, 식물뿐이라 늘 벽이 나의 갤러리라고 생각하고 그때그때 다른 컨셉으로 꾸민답니다. 포스터와 침구만 바꿔도 완전히 다른 방처럼 변하는 게 신기하고 재밌어요. 거기에 식물이 마지막으로 후~하고 생기를 불어넣어 주죠. 

제 방에는 대단히 비싸거나 좋은 물건은 없지만, 전부 저에게 큰 영감과 용기를 줘요. 언젠가 취향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현재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친 마음에 위안이 됩니다. 


일상을 나누는 조용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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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는 아니지만

조용한 가족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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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키우는 간단한 루틴을 만들면 좋아요. 매일 아침 물이나 커피를 마시며 식물 상태를 체크하고 물을 줄지 말지 결정하는 습관을 만드는 거죠. 어떤 아이는 성장이 빨라서 새순이 나는 걸 자주 볼 수 있고, 어쩌다 새순이 나는 아이는 더더욱 기특하고 반가운 마음이 들죠. 그러면서 자연스레 애정이 생기고, 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잘 키우는 법을 찾아보게 되고, 잘 자라면 소소한 행복감이 들면서 좀 더 잘 키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유튜브에 원하는 식물을 검색만 하면 죽이지 않는 법, 잘 키우는 법 등이 수없이 많은데요, 그렇게 찾아보고 물 주는 방식만 알아둬도 무리 없이 키울 수 있어요. 다만, 일상이 너무 바쁜 분들이라면 잎이 큰 몬스테라나, 스킨답서스 종류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습도를 체크하는 도구가 있는데 만 원 정도의 가격에 아주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어요. 물 주는 시기를 체크하기에 정말 좋답니다. 

가구나 소품은 무생물이잖아요. "생물"은 확실히 다른 의미로 자리 잡는 것 같아요.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는 아니지만 조용한 가족인 셈이죠. 지치거나 우울할 때 대단한 위안을 주는 건 아니지만, 움직여서 물을 주게 하고 들여다보고 관찰하게 하며 기력을 만들어줘요. 

푸릇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는 이 존재가 주는 힘이 참 놀라워요. 겨울이라 통풍이 잘 안돼서 노심초사하고 있지만, 춥고 건조한 이 계절을 잘 이겨내주길 바라요.


저는 대단한 목표나 성공을 지향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1년에 한두 번 여행 가고 가끔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으면 만족합니다. 요즘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작은 일을 조금씩 시작해 보려고 하는데요, 잘 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안 될 건 또 뭐 있어" 하는 마음으로 일단 고! 해 봅니다.

"마음이 과거에 있으면 괴롭고, 미래에 있으면 불안하며, 현재에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라는 말을 새기며, 작고 귀여운 나의 방에서 더디지만 조금씩 자라고 있는 식물들처럼 제 삶도 무난하고 평탄하게 흘러가길 바라요. 


Interviewed with @n_g_r_a_y
Edited by Tree Planet



- Words by Tree Planet

"많은 사람들이 식물이 주는 편안하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이내 생활이 너무 바빠서, 잘 키우는 손을 가지지 못해서, 쉽게 죽이고 말 거라는 생각에 식물 들이기를 주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해요.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사실 식물 키우기에는 대단한 조건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식물과 함께 사는 삶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어느 날 꽃집에 들른 당신의 손에 소담한 식물 한 그루가 들려 있기를 바라면서 말예요."




글쓴이 프로필

윤정희

늘 명랑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인생을 걸어 나가고 싶은 에디터. 최근 나무만 보면 괜히 설레고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아무래도 짝사랑에 빠진 것이 아닌가 고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