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있는 삶,Life with Trees]식물 좋아하세요? 식물세밀화가 조아나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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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어루만지는 제 모습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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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쯤, 식물을 어루만지고 기록하는 자신의 모습이 좋다던 한 사람을 만났다. 우리의 시선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는 식물에게 한껏 고개를 숙여 눈높이를 맞추고 사진을 찍고, 그림으로 남겼던 그녀. 일년의 시간이 지났다. 우리는 그녀가 여전히 같은 계절을 걷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안녕하세요, 다시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어요?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저는 올해 초에 좋은 기회로 책을 내느라 한동안 작업에 열중이었어요. 책이 나온 후에는 마냥 쉬었네요. 알게 모르게 에너지 소모가 컸던 것 같아요. 대학시절 이후로 제주 본가에 열흘 이상 머물렀던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한 달 넘게 있다가 왔어요. 전에 없던 제주에 대한 애정이 생겼달까요? 덕분에 딸 노릇도 좀 하고요. 그렇게 회복하고는 다시 개인 작업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답니다. 


제주 본가 풍경


책을 내셨던데(제목: 나무를 좋아하시나요) 어떤 내용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식물 좋아하세요?> - 부제: 식물 세밀화가의 친애하는 초록 수집 생활 - 이라는 제목의 책을 내게 되었어요. 사실 책을 낸다는  건 먼 미래의 이야기일 줄 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찾아와 고민했어요. 과연 내가 식물에 대해 이야기할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싶었거든요. 식물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그림도 취미로 시작했을 뿐이니까요. 그런데 식물을 그리면서 느꼈던 마음의 기록들을 엮어보고 싶다는 편집자님의 말씀과 정성껏 마련해오신 기획서를 보고 첫 미팅 자리에서 해보겠다고 덜컥 말했어요. 나중에 마감에 허덕이면서 울고불고 그날의 저를 원망했지만요. 



<식물 좋아하세요?>에는 44가지의 식물 그림과 함께 그 식물에 대한 저만의 추억과 기록이 담겨있어요. 식물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를 풀어놓기보다 식물과 맞닿아있는 저만의 기억들을 담았어요. 매일 먹는 과일이나 채소와 연결된 추억들, 길가의 들플과 들꽃을 만나 떠올리게 된 감상과 이야기를 적었어요. 



꼭 식물을 키우지 않아도, 집 안에 그럴듯한 화분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일상 속에서 다양한 식물을 여러 가지 형태로 만나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마냥 멀게만 느껴지는 식물이라는 존재가 사실 알고 보면 우리 일상에 켜켜이 담겨 있다는걸요. 그리고 읽으시는 분들도 자연스럽게 식물과 연결된 자기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습니다. 


만병초와의 첫만남


참! 미리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하지만, 책 속에 트리플래닛 이야기도 담겨 있어요. 직접적으로 트리플래닛이라고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저의 첫 나무였던 ‘만병초’에 대한 이야기를 트리플래닛을 만나게 된 계기와 함께 남겼습니다. 늦게나마 저에게 소중한 기억을 심어주셔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식물은 언제부터 좋아하게 되셨어요?


보태니컬아트를 배우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림이 좋아서 시작했던 취미생활이었는데 식물이라는 소재를 만나면서 시야가 넓어진 거죠. 생각해 보니 저는 전부터 식물과 많이 닿아있더라고요. 식물 가꾸기를 좋아하시는 어머니 덕에 다양한 식물들을 많이 보고 자랐거든요. 



사루비라 꿀맛에 반해 매일 꽃잎을 따서 맛을 보느라 화단을 꽃잎이 잔뜩 널브러진 처참한 현장으로 만들기도 했고요. 분꽃으로 귀걸이를 만들어 귀에 달고 다니기도 했어요. 그런 순간들이 시나브로 쌓여 지금 식물을 그리고 기록하는 길로 들어서게 이끌어주지 않았나 싶어요. 


집에서 키우는 식물들


스밈 화분에도 식물을 키우고 계시죠?


네! 처음엔 만병초를 입양했고, 지금은 남천을 키우고 있어요. 그래서 첫 스밈과 두 번째 버전 스밈을 모두 경험해보았는데, 두 번째 버전의 겉화분이 투명하고 가벼워서 훨씬 좋더라고요. 내부 화분에도 손잡이 쉐잎이 잡혀있어서 편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스밈 화분 ©트리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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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의 문턱을 낮춰주는 게

스밈 화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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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밈 화분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신박하다!" 물을 스스로 알아서 조절하며 흡수하는 화분이라고 해서 어떤 소재일까 궁금했는데 처음 받았을 때 속화분도 단단한 도기여서 놀랐어요. 그리고 깔끔하고 단정한 색과 모양이 마음에 들었어요. 집에 특별한 인테리어를 하는 편이 아닌데 스밈 화분은 그런 제 취향에 딱 들어맞았어요. 어디에 두어도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죠. 



남천은 정말 외유내강인 식물인 듯해요. 가녀린 가지과 여린 잎을 가지고 있는데 누구보다 강인하게 계절을 맞이하며 누리고 있더라고요. 여름에 반짝이는 연둣빛 잎을 마구마구 뿜어내더니 늦가을에 알록달록 단풍이 들었어요. 집 안에서 단풍을 즐기게 해주다니! 너무나 멋진 녀석이네요.


다른 화분과의 차별점이 느껴지셨나요?


알아서 수분 조절을 해준다는 점이죠! 사실 식물을 들이고 싶어도 가장 걱정하는 부분 중에 하나가 물주기잖아요. 그런 두려움의 문턱을 낮춰주는게 스밈 화분인 것 같아요.



식물 식구들이 하나 둘 늘어가면서 장기 외출을 하는 게 걱정이 되었거든요. 겨울엔 그나마 괜찮은데 여름엔 일주일만 비워도 자칫 잘못하면 난리가 나거든요. 작년 여름에 본가에 열흘 정도 다녀왔다가 식물 여럿을 떠나보냈어요. 하지만 식물 식구들이 소중한 만큼 가족과의 시간도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스밈 화분은 그런 걱정과 고민을 덜어주니까 정말 든든했어요.


스밈 화분 ©트리플래닛


이런 부분은 개선하면 좋겠다! 가 있다면?


좀 더 다양한 사이즈가 나오면 좋겠다 싶어요. 지금 나오는 사이즈가 평균인 것 같은데 식물이 커가면서 다른 화분으로 분갈이를 해줄 때 아쉬워요. 스밈 화분의 역할이 너무나 크거든요.


또 벽걸이나 행잉 형태, 혹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물꽂이용 스밈이 나오면 좋을 것 같아요. 1인 가구인 데다 원룸 형태의 집에서 지내다 보니 책상 근처나 부엌 한편에 크게 자리를 차지하지 않고 식물을 두면 좋겠다 싶을 때가 많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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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이 살아가자고

손 흔드는 것 같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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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래닛에서 판매해줬으면 하는 상품이 있다면?


우리의 산림을 지켜주는 활동을 하는 만큼 만병초와 같이 멸종 위기 식물이나 우리 토종 식물들을 판매하면 좋겠어요. 만병초도 트리플래닛 덕분에 만났으니까요. 산림 보전이나 그와 관련된 나무나 식물 이야기로 워크숍을 진행해 보는 것도 좋겠네요!


트리플래닛 클래스 - 숲으로의 모험 ©트리플래닛


식물과 함께하는 삶은, 여전히 어떠하신지?


고맙고 감사해요. 엇, 왜 갑자기 울컥할까요? 올해 여러 가지로 마음이 힘들고 어려웠는데 베란다에서 꿋꿋하게 버텨준 식물 친구들에게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신기했어요. 주변에 식물을 애정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 위로를 받는다고 할 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궁금했거든요. 식물에게 위로받는 기분은 어떤 걸까? 정말 위로로 다가오는 걸까? 그런데 정말 그렇더라고요. 



때로는 햇살에 비치는 눈부신 고무나무 이파리의 광택이, 흐린 날에는 수분을 조절하느라 여분의 물을 뿜어내는 몬스테라의 잎사귀가, 바람에 살랑이는 남천과 테이블야자의 가지에서 계절을 고스란히 겪어내는 생명력을 느껴요. 



우리 같이 살아가자고 손 흔드는 것 같달까요. 물을 주고 바람을 맞혀줘야 하고 때마다 분갈이도 해줘야 해서 내가 키운다고만 생각했던 식물이지만, 그건 정말 내 입장에서만 생각했던 거더라고요. 그 과정을 통해서 저 또한 하나의 생명을 책임지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움직이는 힘을 가지게 되었잖아요. 덕분에 저도 함께 커가는 거죠.



혹시 지금 여러 가지 이유로 혹은 정말 이유 없이 마음이 힘들고 일상이 어려운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어요. 작은 식물을 키워보는걸요. 이미 성장한 식물 말고 작은 화분부터 시작해요. 씨앗도 좋아요! 크고 다 갖춰진 식물들을 들여서 혹여나 떠나보내게 된다면 오히려 죄책감이 들고 키우는 게 더 힘들 수 있으니까요. 작게 들여서 크게 기우는 걸로, 생명을 곁에 두면서 그들을 돌보는 것만으로도 메마른 나의 생명력에 물을 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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