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나무]산불로 쓰러진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 나이테에 남긴 촘촘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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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스러진 나무가

되돌아오는데 최소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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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녹고 기온이 올라 나무 심기 가장 좋다는 4월, 그래서 식목일도 4월에 있나 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숲에게 4월은 매년 최대 규모의 산불이 반복되는 잔혹한 달이기도 합니다.



강원도를 중심으로 매년 축구장 3,000개 이상 면적의 숲이 산불로 소실되는 현실 속에서, 수많은 나무가 속수무책으로 스러지곤 합니다. 



2020년 9월 강원 옥계, 작년 화마의 피해가 다 정리되지 못한 모습이다. ©트리플래닛

한 번 산불로 쓰러진 나무가 되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30년, 숲이 온전히 복구되기까지는 100년의 세월이 걸린다고 해요. 타버린 나무들은 산사태 방지를 위한 토목공사 중에 폐기됩니다. 


©트리플래닛


수십 년에서 길게는 수백 년 동안 맑은 공기와 자연을 선물했던 나무가 한 번 불길에 버려지기란 너무 쉬운 일.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버려지는 나무를 거둬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쓰임새를 모색했어요.

 



산불로 스러진 나무에 새 생명을


산불피해목 에디션 중 첫째로 선보일 제품은 ‘우드코스터’입니다. 산불로 쓰러진 나무 중에 3~40살 먹은 굴참나무만을 골라 일정한 두께로 자르고, 오랜 시간 반그늘에 건조해 만들었답니다.


테이블야자와 매치한 산불피해목 우드코스터 ©트리플래닛





산불피해목으로 우드코스터 만들기


1. 산불피해지 땅 다지기 & 새 나무 심기

흙을 단단히 잡아줄 나무들이 사라졌기 때문에, 산불이 난 곳에 많은 비가 오면 산사태가 쉽게 발생합니다. 산사태를 방지하고 새로운 나무를 심기 위해 토목공사가 필수적으로 진행되는데요, 중장비로 타버린 나무들을 한곳에 모으고, 땅을 단단하게 다집니다.



2. 재활용할 나무 고르기

산불로 쓰러진 나무 중 비교적 덜 타서 사용이 가능한 30~40년생 굴참나무를 골라냅니다.



3. 일정한 두께로 자르기

골라낸 굴참나무를 일정한 두께로 잘라요. 



4. 건조하기

오랜 시간동안 반그늘에서 천천히 자연건조 합니다.


트리플래닛 팩토리에서 건조중인 우드코스터 ©트리플래닛


5. 우드코스터 완성

화분이나 캔들과 같은 작은 소품 또는 잡동사니를 올려둘 수 있는 우드코스터가 완성되었어요. 트리플래닛의 스밈화분과 매치하면 자연스럽게 잘 어울립니다.


트리플래닛 산불피해목 우드코스터 ©트리플래닛 


우드코스터를 찬찬히 뜯어보면 군데군데 나무가 자라온 세월과 산불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이 담겨있어요. 나무껍질에는 까맣게 탄 산불의 흔적이, 줄기에는 수십년간 자라오며 한겹 한겹 만들어진 ‘나이테’가 고스란히 남아있답니다.



트리플래닛 산불피해목 우드코스터 ©트리플래닛


나무가 기록한 세월, 연륜(年輪) 읽기 


나이테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볼까요? 우선 나이테란, 나무를 가로로 잘랐을 때 보이는 짙은 색의 동심원을 말하는데, 연륜(年輪)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우리가 사람에게 "연륜이 느껴진다."고 표현할 때의 연륜이 바로 나무의 나이에서 온 셈이지요.



나이테는 계절 변화에 따른 생장의 차이로 생기기 때문에 보통 1년에 하나씩의 고리가 생기고, 이에 따라 나무의 나이를 알 수 있게 됩니다. 성장이 왕성한 봄부터 여름에는 세포벽이 얇고 밝은 춘재(春材) 세포가, 성장이 둔해지는 늦여름부터 초가을에는 세포벽이 두꺼워 어두운 하재(夏材) 세포가 만들어져요. 이 과정이 해마다 반복되면서 밝은 원과 어두운 원이 겹겹이 쌓여갑니다.


잘려나간 산불피해목, 강원 옥계 ©트리플래닛



산림 생태계에 불이 나면 어떻게 될까요? 몸집이 크고 빠른 동물이나 하늘을 날 수 있는 조류는 비교적 빨리 도망갈 수 있지만, 뿌리내린 곳에서 단 1mm도 이동할 수 없는 나무는 그대로 불길에 휩싸입니다. 살아있는 나무의 세포가 화상을 입으면, 그 상처는 고스란히 나무의 몸에 남게 되지요. 


©트리플래닛


50m 이상으로 키가 커서 아랫부분만 타고 살아남는 일부 나무들은, 이 죽은 세포의 흔적을 고스란히 나이테에 담아 살아가는데 이는 추후 해당 나무의 역사와 생존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2003년 산불로 피해를 입은 북미낙엽송의 단면 ©Ken Dudzik


일례로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폰데로사소나무는 1600년경부터 1900년경까지 6차례의 산불피해를 입었는데, 스스로 송진을 화상 부위로 흘러내려 상처를 감싸 자가 치료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흘러내린 송진이 단단하게 굳어 미생물이나 곤충이 쉽게 침입할 수 없도록 보호막을 만든 것이지요.


세월을 기록한 폰데로사소나무의 단면 ©P. Brown, Rocky Mountain Tree-Ring Research


이렇듯 나이테는 산불의 상처뿐 아니라 많은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답니다. 비가 유난히 많이 내린 시기, 유난히 기온이 낮았던 시기 등 그 오랜 세월을 감내하며 단단해진 연륜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산 하나를 집어삼킬 만큼 번지는 화염은 두렵지만, 그렇다고 한순간의 불길에 켜켜이 쌓아온 나무의 역사를 쉽게 내어주기란 너무 아쉬운 일이에요. 비록 건강한 땅에서 뿌리내리고 살아갈 수 없는 처지에 놓인 나무들이지만, 그 연륜(年輪)이 전하는 역사와 상처를 가장 쉬운 방법으로 기억하고 보존하려는 노력을 트리플래닛은 계속해 나가려 합니다.




자료출처:

나무 나이테(Tree Rings)의 비밀, 산불의 흔적 - Dr. Park / 오지에서 만난 기술사
나이테 [annual ring] (식물학백과) / 네이버 지식백과
KISTI의 과학향기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