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있는 삶,Life with Trees]독일의 경주, 하이델베르크에서 만난 유러피안 플랜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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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일 남부 ‘하이델베르크'라는 소도시에서 살고 있는 디자이너 제이미입니다.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결혼 후 신랑과 독일로 이민을 왔어요. 하이델베르크는 작은 관광도시인데 한국의 경주 같은 곳이에요. 

이곳에서 아직 아이는 없이 남편, 그리고 반려식물들과 오손도손 지내고 있습니다.


본업은 그래픽/소프트웨어 디자이너인데 서유럽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낡았지만 희소하고 가치 있는 디자이너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들을 찾아 한국에 소개하는 일을 겸하고 있어요. 

취미를 발전시켜 시작한 일인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애정 어린 관심을 가져주셔서 바쁘지만 즐겁게 지내고 있답니다.



· Life with Trees ·


독일의 경주, 하이델베르크에서 만난
유러피안 플랜테리어



'어떤' 기분을 주는 공간

저희 집은 지은 지 5년 된 신축 아파트에요. 

언젠가 유럽에 살게 된다면 100살 넘은 집에서 살아보고 싶었는데, 전 세계인의 로망이 다 비슷비슷한지 그런 집은 구하기가 무척 어렵더라고요! 

기대와는 달랐던 유럽에서의 첫 보금자리지만, 하나둘씩 취향 담은 물건들로 채워가고 있습니다.


저는 세 살 때 부모님을 따라 인도네시아로 이민을 가서 성인이 될 때까지 자랐어요. 

자라온 환경 탓인지, 실내 공간을 꾸밀 땐 동남아에서 본 따뜻하고 자연적인 분위기를 선호하게 되네요. 

새것 같이 빛나는 물건보다 조금 낡았지만 자연스러운 물건이 좋고, 나무나 돌 같이 자연에서 온 소재도 좋아합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분위기도 그런 제 취향을 점점 더 닮아가는 것 같아요.


공간을 채울 땐 그곳이 어떤 기능을 했으면 좋겠는지, 어떤 기분을 선사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늘 고민해요. 그렇게 인테리어를 시작하면 요즘처럼 선택지가 무수한 세상에서 어떤 가구, 어떤 소품을 선택할지 결정하기 좋답니다.


또 키우려는 식물의 출신과 고향 환경을 알면 화분을 어디에 둘지 결정하기 좋아요. 

습한 걸 좋아하는 아이들은 욕실에 두고, 빛이 많이 필요한 아이들은 해가 가장 잘 드는 방에 두는 식으로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렇게 하면 식물이 잘 자랄 뿐만 아니라 식물을 다른 곳에 둘 때보다 공간 자체도 훨씬 예뻐 보였어요. 



독일의 플랜테리어가 발전한 이유


"생각보다 원예에 큰돈이 들지는 않더라고요."


정기적인 꽃 배달 서비스는 받아본 적 있었지만 식물을 길러본 적은 없었어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거라 생각되어 내심 겁을 먹었던 것 같아요. 독일에 와서 처음 식물을 길러봤는데요, 여기 와서 만난 사람들이 식물을 너무나 사랑하는 덕분에 덩달아 시작할 수 있었고, 생각보다 원예에 큰돈이 들지는 않더라고요.


독일 사람들은 식물 키우기를 아주 즐기고 사랑합니다. 신혼집을 구하려고 집을 보러 다니는 동안 거의 모든 집들에 화분이 최소 3개는 된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입주를 하고 나니 이웃들의 식물 사랑을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는데요, 봄이 되면 누가누가 식물을 더 잘 키우나 경쟁이라도 하듯 수많은 사람들이 주말마다 마당과 정원을 관리해요.


하이델베르크의 플라워 마켓

어느 날은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화원에 가봤는데 세상에, 대형마트에 온 것처럼 규모가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사람이 너무 많아 30분이나 줄을 서서 계산을 해야 할 지경이었어요.


저축률이 높기로 유명한 독일 사람들이 식물에 돈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식물의 가격이 저렴하고, 금액 대비 공기 정화나 인테리어 효과 등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개업하는 지인이나 가족 선물로 한국에서 식물을 사본 적이 몇 번 있는데요, 그때는 식물 가격이 생각보다 높아서 무의식중에 실내 식물 기르기는 고급 취미라고 선뜻 짐작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거금을 주고 샀던 대형 아레카 야자가 독일에서는 약 8,000원에도 살 수 있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네요. 12월엔 독일 거의 모든 도시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데요, 저도 아직 다 가보진 못했답니다! 

듣기로는 독일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가장 유명한 곳으로 뉘른베르크, 드레스덴 정도가 있고,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 마켓은 독일과 프랑스 국경에 있는 스트라스부르라는 도시라고 해요. 

유럽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딱 한곳만 가봐야 한다면 스트라스부르에 가보시기를 추천드려요.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마켓 © Travel Addicts


식물과 함께 성장하는 삶


"내가 식물을 돌보는 게 아니라
식물이 나를 돌보는구나!
"


"내가 식물을 돌보는 게 아니라 식물이 나를 돌보는구나"라고 느껴질 때가 많아요.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돌봐주면 새순을 내고, 그러면 나에겐 작은 기쁨이 되고, 별거 아닌 그 기쁨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을 때가 많지요.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잘 돌봐주지 않아 벌레가 생기거나 가지를 쳐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그동안 내가 어떻게 지냈기에 이 아이들이 이 지경이 되었나" 하고 그동안의 일상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반성도 하고, 다짐도 하며 식물과 하루하루 함께 성장합니다.


'내가 무엇을 먹는지가 곧 나다'라는 말처럼, 우리 집 식물이 어떻게 크고 있는지가 키우는 사람의 삶을 반영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한 사람의 인생에 좋은 에너지와 좋은 사람들로 가득하다면 그것이 곧 성공한 삶이 아닐까요? 

그렇게 되기 위해 늘 선한 마음가짐과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고, 그렇게 제가 생각하는 성공한 삶을 살아나가고 싶습니다.





Interviewed with @nurvintage


Edited by Tree Planet




- Words by Tree Planet
"많은 사람들이 식물이 주는 편안하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이내 생활이 너무 바빠서, 잘 키우는 손을 가지지 못해서, 쉽게 죽이고 말 거라는 생각에 식물 들이기를 주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해요.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사실 식물 키우기에는 대단한 조건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식물과 함께 사는 삶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어느 날 꽃집에 들른 당신의 손에 소담한 식물 한 그루가 들려 있기를 바라면서 말예요."




글쓴이 프로

윤정희

늘 명랑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인생을 걸어 나가고 싶은 에디터.

최근 나무만 보면 괜히 설레고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아무래도 짝사랑에 빠진 것이 아닌가 고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