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꽃과 식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박계현이라고 합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한국과 뉴욕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AAU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대학원 졸업 후 지금까지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며 동시에 주부이자 곧 태어날 아가의 예비맘이기도 해요.
때때로 한인 교민을 대상으로 취미 수채화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답니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그림을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하며 찾아주시는 팔로워 분들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올해는 임신 중이라 수채화 클래스는 많이 줄였지만 그래도 꾸준히 찾아주시는 수강생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 Life with Trees ·
지친 유학 생활의 힐링 메이트,
식물로 채워지는 매일
금문교
북캘리포니아, 남캘리포니아 두 지역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매력을 지닌 거 같아요.
북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에 살면서는 실내 활동을 주로 했는데요, 아무래도 평균기온이 낮고 비도 자주 내려서요.
쌀쌀한 날씨 덕에 따뜻한 음식을 많이 먹었고 특히 커피를 많이 마셨어요.
하루에도 날씨 변화에 기복이 있는 도시여서 그 나름대로의 운치를 즐기며 영감을 얻었었죠.
반면 남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로스앤젤레스로 이사 온 후엔 따뜻하고 맑은 날씨 덕분에 야외 외출이 잦았답니다.
예쁜 브런치 카페 구경 다니기도 좋고 하이킹이나 해안가를 따라 드라이브하기도 좋거든요.
무엇보다 수강생분들과 야외 스케치 활동도 종종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인 거 같아요.
남캘리포니아에도 사계절이 있지만 하루 날씨의 기복은 웬만하면 없기에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듯합니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날씨 변화의 재미는 그다지 없다는 말도 되지요.
개인적으로 비를 좋아하는데 좀처럼 비 내리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요.
샌프란시스코 케이블카
어렸을 때부터 밤을 새워도 지루하지 않은 작업이 그림뿐이었어요.
그러다 식물을 그리면서 수채화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답니다.
늘 컴퓨터 앞에서 작업하다 종이와 물감을 챙겨 장소를 옮겨 다니며 그릴 수 있다는 점이 제일 좋아요.
지쳐있던 30대, 위로가 되어준 반려식물
"실패가 많았던 30대 시절,
방 한켠의 화분 하나로 기분전환되는 날이 많았어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실 20대엔 꽃과 식물의 매력을 몰랐어요. 꽃과 식물보다 재미난 그림 소재가 너무 많았거든요.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동안 인테리어용으로 작은 화분을 사기 시작했는데 물을 주고 잎을 살피며 키우다 보니 어느새 외로움을 달래주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어 있는 거예요.
실패를 많이 경험했던 30대 시절, 마음이 지칠 때면 방 한켠에 놓아둔 화분 하나로도 기분전환되는 날이 많았어요.
그래서 항상 식물을 곁에 두는 버릇이 생겼고 꽃의 매력에도 빠지게 되었지요.
식물은 제게 위로이자 휴식처고 또 에너지를 주는 존재예요.
그렇게 늘 곁에 두던 식물을 그림으로 옮기게 되었고, 그림으로 그리는 과정에서 또 한 번 힐링 되는 기분을 느꼈어요.
미국의 플랜테리어 문화는 일상에서 꽤 큰 비중을 가지는 것 같아요.
실내 조경은 물론 정원 꾸미기에 이웃과 경쟁을 할 정도니까요.
시즌마다 꽃을 갈아 심고 나무를 다듬고 주말마다 잔디 깎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답니다.
잔디와 나무를 방치하면 동네 이미지를 깎아내린다며 벌금을 물리는 커뮤니티도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미국에서 꽃과 화분을 구하는 일은 참 쉬워요.
천장의 절반을 스킨답서스로 채운 LA 다운타운에 위치한 레스토랑
집 근처 동네 마트만 가도 항상 계절별 꽃과 화분 섹션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요.
굳이 꽃집을 가지 않아도 장 볼때 같이 구매할 수 있어요.
그리고 Home Depot 같은 건축자재나 인테리어 자제를 구매할 수 있는 대형 매장에 가도 식물 섹션이 1/3 정도를 차지하고 있답니다.
봄이 되면 우리 집 뒷마당에 피는 장미과 넝쿨
식물 키우기 스킬은 여전히 성장 중
여러 해 동안 많은 식물들을 키웠지만 잘못된 물 조절이나 분갈이로 저세상에 간 아이들도 꽤 많아요.
해가 지날수록 실력이 늘겠지 싶다가도 여전히 쉽지 않은 것 같아요.
3년 전부터는 바깥 화단에 식물들을 키우기 시작했는데 또 다른 차원의 양육이에요.
절반은 살고 절반은 죽는 과정을 지켜보며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랍니다.
이 돈나무는 혼자 살 때부터 키우기 시작한 아이인데요, 저랑 이사 다니면서 고생을 많이 한 친구예요.
굉장히 애정 하는 화분이지만 고생을 너무 해서인지 키가 많이 자라지는 않았어요.
제 그림을 보는 사람이 긍정적인 에너지와 "나도 한 번쯤은 따라 그려볼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느낌을 받길 바라요.
그래서 최대한 쉽게 그리는 방법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명암, 투시도, 등 기술적인 부분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아요.
다만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입문자분들께 제대로 된 형태를 잡아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건 좀 신경 쓰는 편이에요.
색을 아무리 예쁘게 사용하고 묘사를 잘 해도 가장 기본인 형태가 틀어져 버리면 그만큼 완성도도 떨어진답니다.
그림 내공을 오래 쌓은 작업자들은 일부러 틀어진 형태를 그려도 그 자체만으로도 스타일로 표현될 수 있지만, 입문자에겐 아무래도 형태 잡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생각돼요.
제가 인스타그램에 단계별 스케치를 꾸준히 연재하는 것도 그 이유이지요.
큰 행운보다는 일상에서 오는 소소한 행복이 가득한 삶을 살고 싶어요.
어린 시절엔 가슴에 품었던 꿈을 이루기 위해 큰 목표를 세우고 밤을 새워가며 매달려도 봤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을 때 돌아오는 좌절감과 상실감이 너무나 크더라고요.
언젠가부터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하루하루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날 해야 할 일을 성실하게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결국 목표에 도달한다는 걸 깨달았죠.
이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매일매일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하루가 모여 미래가 되고 삶이 되는 거 같아요.
Interviewed with @urbankate_in_ca
Edited by Tree Planet
- Words by Tree Planet
"많은 사람들이 식물이 주는 편안하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이내 생활이 너무 바빠서, 잘 키우는 손을 가지지 못해서, 쉽게 죽이고 말 거라는 생각에 식물 들이기를 주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해요.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사실 식물 키우기에는 대단한 조건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식물과 함께 사는 삶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어느 날 꽃집에 들른 당신의 손에 소담한 식물 한 그루가 들려 있기를 바라면서 말예요."
글쓴이 프로필
윤정희
늘 명랑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인생을 걸어 나가고 싶은 에디터.
최근 나무만 보면 괜히 설레고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아무래도 짝사랑에 빠진 것이 아닌가 고심중이다.
안녕하세요. 꽃과 식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박계현이라고 합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한국과 뉴욕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AAU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대학원 졸업 후 지금까지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며 동시에 주부이자 곧 태어날 아가의 예비맘이기도 해요.
때때로 한인 교민을 대상으로 취미 수채화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답니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그림을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하며 찾아주시는 팔로워 분들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올해는 임신 중이라 수채화 클래스는 많이 줄였지만 그래도 꾸준히 찾아주시는 수강생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 Life with Trees ·
지친 유학 생활의 힐링 메이트,
식물로 채워지는 매일
금문교
북캘리포니아, 남캘리포니아 두 지역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매력을 지닌 거 같아요.
북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에 살면서는 실내 활동을 주로 했는데요, 아무래도 평균기온이 낮고 비도 자주 내려서요.
쌀쌀한 날씨 덕에 따뜻한 음식을 많이 먹었고 특히 커피를 많이 마셨어요.
하루에도 날씨 변화에 기복이 있는 도시여서 그 나름대로의 운치를 즐기며 영감을 얻었었죠.
반면 남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로스앤젤레스로 이사 온 후엔 따뜻하고 맑은 날씨 덕분에 야외 외출이 잦았답니다.
예쁜 브런치 카페 구경 다니기도 좋고 하이킹이나 해안가를 따라 드라이브하기도 좋거든요.
무엇보다 수강생분들과 야외 스케치 활동도 종종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인 거 같아요.
남캘리포니아에도 사계절이 있지만 하루 날씨의 기복은 웬만하면 없기에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듯합니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날씨 변화의 재미는 그다지 없다는 말도 되지요.
개인적으로 비를 좋아하는데 좀처럼 비 내리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요.
샌프란시스코 케이블카
어렸을 때부터 밤을 새워도 지루하지 않은 작업이 그림뿐이었어요.
그러다 식물을 그리면서 수채화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답니다.
늘 컴퓨터 앞에서 작업하다 종이와 물감을 챙겨 장소를 옮겨 다니며 그릴 수 있다는 점이 제일 좋아요.
방 한켠의 화분 하나로 기분전환되는 날이 많았어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실 20대엔 꽃과 식물의 매력을 몰랐어요. 꽃과 식물보다 재미난 그림 소재가 너무 많았거든요.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동안 인테리어용으로 작은 화분을 사기 시작했는데 물을 주고 잎을 살피며 키우다 보니 어느새 외로움을 달래주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어 있는 거예요.
실패를 많이 경험했던 30대 시절, 마음이 지칠 때면 방 한켠에 놓아둔 화분 하나로도 기분전환되는 날이 많았어요.
그래서 항상 식물을 곁에 두는 버릇이 생겼고 꽃의 매력에도 빠지게 되었지요.
식물은 제게 위로이자 휴식처고 또 에너지를 주는 존재예요.
그렇게 늘 곁에 두던 식물을 그림으로 옮기게 되었고, 그림으로 그리는 과정에서 또 한 번 힐링 되는 기분을 느꼈어요.
미국의 플랜테리어 문화는 일상에서 꽤 큰 비중을 가지는 것 같아요.
실내 조경은 물론 정원 꾸미기에 이웃과 경쟁을 할 정도니까요.
시즌마다 꽃을 갈아 심고 나무를 다듬고 주말마다 잔디 깎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답니다.
잔디와 나무를 방치하면 동네 이미지를 깎아내린다며 벌금을 물리는 커뮤니티도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미국에서 꽃과 화분을 구하는 일은 참 쉬워요.
천장의 절반을 스킨답서스로 채운 LA 다운타운에 위치한 레스토랑
집 근처 동네 마트만 가도 항상 계절별 꽃과 화분 섹션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요.
굳이 꽃집을 가지 않아도 장 볼때 같이 구매할 수 있어요.
그리고 Home Depot 같은 건축자재나 인테리어 자제를 구매할 수 있는 대형 매장에 가도 식물 섹션이 1/3 정도를 차지하고 있답니다.
봄이 되면 우리 집 뒷마당에 피는 장미과 넝쿨
여러 해 동안 많은 식물들을 키웠지만 잘못된 물 조절이나 분갈이로 저세상에 간 아이들도 꽤 많아요.
해가 지날수록 실력이 늘겠지 싶다가도 여전히 쉽지 않은 것 같아요.
3년 전부터는 바깥 화단에 식물들을 키우기 시작했는데 또 다른 차원의 양육이에요.
절반은 살고 절반은 죽는 과정을 지켜보며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랍니다.
이 돈나무는 혼자 살 때부터 키우기 시작한 아이인데요, 저랑 이사 다니면서 고생을 많이 한 친구예요.
굉장히 애정 하는 화분이지만 고생을 너무 해서인지 키가 많이 자라지는 않았어요.
제 그림을 보는 사람이 긍정적인 에너지와 "나도 한 번쯤은 따라 그려볼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느낌을 받길 바라요.
그래서 최대한 쉽게 그리는 방법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명암, 투시도, 등 기술적인 부분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아요.
다만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입문자분들께 제대로 된 형태를 잡아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건 좀 신경 쓰는 편이에요.
색을 아무리 예쁘게 사용하고 묘사를 잘 해도 가장 기본인 형태가 틀어져 버리면 그만큼 완성도도 떨어진답니다.
그림 내공을 오래 쌓은 작업자들은 일부러 틀어진 형태를 그려도 그 자체만으로도 스타일로 표현될 수 있지만, 입문자에겐 아무래도 형태 잡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생각돼요.
제가 인스타그램에 단계별 스케치를 꾸준히 연재하는 것도 그 이유이지요.
큰 행운보다는 일상에서 오는 소소한 행복이 가득한 삶을 살고 싶어요.
어린 시절엔 가슴에 품었던 꿈을 이루기 위해 큰 목표를 세우고 밤을 새워가며 매달려도 봤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을 때 돌아오는 좌절감과 상실감이 너무나 크더라고요.
언젠가부터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하루하루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날 해야 할 일을 성실하게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결국 목표에 도달한다는 걸 깨달았죠.
이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매일매일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하루가 모여 미래가 되고 삶이 되는 거 같아요.
Interviewed with @urbankate_in_ca
Edited by Tree Planet
- Words by Tree Planet
"많은 사람들이 식물이 주는 편안하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이내 생활이 너무 바빠서, 잘 키우는 손을 가지지 못해서, 쉽게 죽이고 말 거라는 생각에 식물 들이기를 주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해요.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사실 식물 키우기에는 대단한 조건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식물과 함께 사는 삶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어느 날 꽃집에 들른 당신의 손에 소담한 식물 한 그루가 들려 있기를 바라면서 말예요."
글쓴이 프로필
윤정희
늘 명랑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인생을 걸어 나가고 싶은 에디터.
최근 나무만 보면 괜히 설레고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아무래도 짝사랑에 빠진 것이 아닌가 고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