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있는 삶,Life with Trees]제라늄 피어난 온실 덕분에 겨울에도 봄 같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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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경주에 살고 있는 정고운입니다. 원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었지만 결혼을 하고 가정이 생기면서 그림보다는 육아에 더신경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었어요.


매일 아침 일어나 공중습도가 필요한 식물들에게 분무해 주는 걸로 하루가 시작돼요. 그리고 청소를 해요. 청소를 마치면 커피를 한잔 내려 거실에서 제라늄 온실을 보며 즐긴답니다. 저 나름대로 한 송이, 한 송이를 살펴보는 시간이에요.


온실로 나가 마른 잎이 있으면 떼주고 분갈이를 해 주고, 더 늘리고 싶은 제라늄이 있으면 삽목을 하고, 변종을 만들기 위해 수정을 시켜 씨를 만들어요. 그리고 때때로 그림을 그리고, 또 아이 옷을 만들며 시간을 보내요. 집을 인테리어하고 사진을 찍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에요. 




· Life with Trees ·


제라늄 피어난 온실 덕분에
겨울에도 봄 같은 집



아이에게 '하지 마'라는 말을
최대한 하고 싶지 않았어요.


신혼에는 고층 아파트에 살았는데, 전망이 좋고 편하다는 이유로 살게 된 아파트에 점점 더 의문을 품게 되었어요. 집주변이 편리한 것보다 집이 나에게 맞았으면 하는 생각이 커졌거든요.

그리고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 다니면서 저희 부부는 많은 생각을 했어요. 첫 번째 선물로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지요. 그래서 저희 집은 아이를 키우기 최적화된 공간으로 지어졌답니다. 


콘센트는 모두 110센티 위로 달려있고, 많이 뛰어놀라고 데크만 30평 가까이 뒀어요. 가구는 최소화하고, 집의 거의 모든 문은 포켓도어로 되어있어요. 아이에게 "하지 마"라는 말을 최대한 하고 싶지 않아서 위험요소를 최대한 줄였죠. 그래서인지 체력 하나는 끝내주게 좋은 아이로 자랐답니다.       


어릴 때 아빠가 찔레나무에 장미 접붙이는 걸 가르쳐 주셨었는데 지금도 그 방법이 생생하게 기억나요. 유치원을 다닐 때 토끼풀을 한가득 떼 와서 엄마랑 목걸이를 만들어 선생님께 선물을 드린 것도 기억에 오래 남고요. 


꽃대가 올라오는 비바 캐롤라이나

새싹이 돋는 즐거움과 설렘을 느껴본 분들이시라면, 시골 생활은 일이 많고 수고로운 곳이 아니라 재미난 작업이 기대되는 곳이라는 생각이 더 드실 거예요.


매년 봄 쌈 채소를 심고, 꽃의 구근을 심어두고 싹이 나기만을 기다리는 즐거움. 저녁 집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을 때 깜깜한 어둠 속에서 나는 달짝지근한 매화 향기. 저희 부모님이 그러셨듯이 저도 아이에게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선물해 주고 싶었어요.

 

지금은 제라늄을 부모님과 나누고, 친정에 갈 때면 아빠가 가꾼 나무를 저희 집 정원에 옮겨 심으며 취미를 공유할 수 있어 기쁩니다.



온실 덕분에 겨울에도 봄 같은 집


"집에 있을 때는 겨울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제일 좋아요."


아파트에 살 때 남편 말로는 베란다에 한번 나가면 안 들어오더란 거예요. 그때도 베란다에 식물이 참 많았는데, 매일 나가서 뭘 그렇게 보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집 안에 있어도 눈에 보이는 온실을 만들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식물인 제라늄은 남쪽 지방의 저희 집 온실에서 월동이 가능하고 사계절 내내 꽃을 피워내요.
거실에서 보는 사계절이 봄처럼 따뜻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통창을 내어주었죠.


집에 있을 때는 겨울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제일 좋아요. 겨울에도 제라늄 꽃은 만발이거든요.  
온실 관리에 어려운 점은 그다지 없는 것 같아요. :)





남편은 도시에만 살던 사람인데, 전원생활을 참 좋아하는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걸 여기 와서 처음 알았어요. 한여름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전에 잡초를 제거하고, 퇴근 후 맥주 한잔하며 정원을 어떻게 꾸며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저희를 보며 "아, 남편도 지금이 참 좋구나." "우리 세 식구, 정말 지금의 집에서 각자가 만족하며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참 좋아져요.  

식물은 받은 사랑을 온전히 돌려줘요. 정성 들여 돌봐주면 얼마나 예쁜 모습으로 보답하는지요. 레옹의 아글라오네마처럼 반려식물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충분히 이해가 가요! 


작년 여름엔 거실 창밖으로 붓들레아(썸머라일락)가 너무 많이 자라 여름 내내 보라색 꽃을 피워주었어요. 붓들레아는 향기가 좋아 호랑나비가 많이 찾아오는데, 그 옆에 심어둔 포도잎에는 호랑나비애벌레가 가득 붙어서 아이와 아이 친구들이 올 때마다 관찰하고, 나비에 관한 책을 빌려보곤 했어요.



아이와 함께 가꾼 채소를 수확해서 맛있게 먹어보기도 하고요. 별것 아니지만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정말 좋은 환경이죠. 

아직 초보 농사꾼이지만  봄이면 아이가 좋아하는 옥수수와 토마토, 상추를 연례행사처럼 심고 계절을 보고 느끼고 먹으며 딱 지금처럼 보내고 싶어요. 그만큼 지금의 전원생활은 만족스러워요. 





Interviewed with @dnsdl486


Edited by Tree Planet 




- Words by Tree Planet
"많은 사람들이 식물이 주는 편안하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이내 생활이 너무 바빠서, 잘 키우는 손을 가지지 못해서, 쉽게 죽이고 말 거라는 생각에 식물 들이기를 주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해요.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사실 식물 키우기에는 대단한 조건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식물과 함께 사는 삶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어느 날 꽃집에 들른 당신의 손에 소담한 식물 한 그루가 들려 있기를 바라면서 말예요."




글쓴이 프로

윤정희

늘 명랑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인생을 걸어 나가고 싶은 에디터.

최근 나무만 보면 괜히 설레고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아무래도 짝사랑에 빠진 것이 아닌가 고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