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있는 삶,Life with Trees]아파트에 입힌 주택 감성, 사람 냄새 가득한 플랜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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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하면서 사람 냄새 나기를 소망하는 평범한 가정주부예요. 친구 같은 남편, 열다섯 된 딸과 여덟 살 아들, 한 살 프렌치 불독과 함께 살고 있어요. 


가정주부지만 무척 바쁜 하루를 보내요. 늘 같은 매일인데 집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살림의 재미도 알게 되었고 돌봐줘야 할 식물들도 생기면서 하루의 시작은 설렘이 되었어요.


앞치마를 매며 속으로 ‘출근이다’라고 말해요. 그것만으로도 많은 게 달라지더군요. 창에 커튼을 열고 분무기를 손에 쥡니다. 이파리에 수분 주는 것을 좋아하는 식물들이 많아서 분무하며 먼지를 닦아줘요. 이불을 정리하고 청소기 돌리고, 걸레질 마칠 때쯤 딸이 일어나요.




· Life with Trees ·


아파트에 입힌 주택 감성,
사람 냄새 가득한 플랜테리어



그리고 하루를 계획해요. 무의식 속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과 의식 속에서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은 다르잖아요. 늘 작은 성취감을 통해 보람으로 이어지는 행복을 저 자신에게 주려고 노력해요. 

 딸과 함께 하는 브런치 준비가 요즘 꽤 재밌어요. 저는 공부보다 아이들이 스무 살쯤 독립할 수 있을 정도로 집안일에 익숙게 하는 것에 더 신경 쓰는 것 같아요.

 

딸이 가끔 제 영양제도 챙겨주고 커피도 타주는데, 가끔 이런 말을 한답니다. “너도 꼭 너 같은 딸 낳아서 엄마가 느끼는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고요.



사람에 대한 의미가 담긴 집


아파트지만 주택 같은 집이고 싶었어요. 여행지마다 느꼈던 감동이 모티브가 되어주었죠. 공간에 사람을 담기보다 삶을 베여내고 싶었습니다.

유행이라고 해서 좇고 싶지 않았고 우리 가족을 먼저 생각했어요. 각자의 개성을 실용적으로 이룰 방법에 대해서요. 우선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저를 생각해 팬트리룸 자리를 터서 책방 느낌이 나도록 꾸며주었죠.


아이들은 어떤 습관이 있는지도 고려해보았어요. 성격이 너무 다른 남매라 개성을 살리면서도 머물고 싶은 공간을 생각했죠.


사춘기 소녀 딸은, 늘어지기를 좋아해요. 그래서 안방 베란다를 트고 바닥을 만들어 주었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비를 좋아하는 저도, 술 마시며 영화 보길 좋아하는 아빠도, 레고를 좋아하는 아들도 좋아하는 공간이 되었답니다.


집 구석구석 사람에 대한 의미가 담기지 않은 곳이 없어요. 5년 후면 딸이 스물이고 독립을 할 수도 있으니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음을 느낀 순간, 집이라는 의미가 더 확실하게 다가왔어요.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 집을 추억하겠죠. 그런 점에서 지금의 집은 아이들에게는 씨앗이겠네요. 그 추억의 씨앗이 잘 자라 어디에서건 안녕하기를 소망합니다.


감동과 감사를 알게 해 준 자연

"전 튼실한 무에게 무한한 감동을  느꼈어요."


사실 식물을 키운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저를 식물 킬러라고 믿었거든요. 그런데 작년 시골 시댁에서 밭일을 도와 뽑은 무를 차가운 물에 씻는데, 그 싱싱함이 제 손가락을 타고 올라오는 느낌이었어요. 그때 전 그 튼실한 무에게 무한한 감동을 느꼈답니다.

 

처음 식물에게 감동을 느낀게 무라니 좀 웃기지만, 어머니께서 손수 지으신 농작물의 생기가 느껴졌던 그 순간이 잊히지 않아요. 그 계절이 오기 전에 제가 많이 아팠었거든요. 두 번의 이유 없는 기절로 온 가족을 긴장시키고 사람이 싫어 외출도 안 할 무렵, 자연은 제게 큰 힐링이 되어주었어요. 인생은 참 신비로워요. 의미를 두기 시작하면 세상 모든 것이 선물이죠.


식물이 없을 때는 몰랐지만 키워 보니 그 존재감을 알 것 같아요. 하얀 벽에 초록 식물이 있고 없고는 이제 저에게 김밥에 단무지 있고 없고 에요. 언젠가부터 저희 집 식탁에는 꽃도 끊이지 않게 되었어요.


식물은 아이들 정서에도 좋아요. 딸에게 마음에 드는 식물을 직접 고르게 했더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물도 주고 이름도 지어 주고, 공부할 때는 책상 위에 올려 두네요. 무뚝뚝하고 표현에 서툰 딸이지만 식물이 감성을 일깨우는 데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식물을 키우는 일은 삶을 사는 것과 닮았어요.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아름답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식탁, 씽크볼 위, 창가 등 많은 곳에 식물을 두고 함께 생활하고 있어요. 그리고 식물들의 사진을 찍어주면서 늘 관찰하고 발견하려 노력해요. 사진을 찍는 동안 사람과 마찬가지로 식물과도 교감한다고 생각합니다. 


얘네들은 자기가 안녕한지, 아픈지, 잘 자라고 있는지 말이 없어요. 그게 처음엔 답답하더라고요.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지, 맞게 하고 있는 것인지 … 삶과 닮았지요. 


제가 요즘 아이들에게 자주 해주는 말이 있어요. “조금씩 천천히 하면 돼.”
너무 멀리 내다보며 조급해하지 않고 지금에 집중하며 천천히 하다 보면 어느덧 다 되어 가잖아요. 식물을 돌보는 일도 그런 거라 생각해요. 미리 걱정해서 포기하지 말고 물주기부터 천천히 하다 보면 멋진 가드너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죠.


천천히 느긋하게 가고 싶고, 그 안에서 저 자신을 믿는 삶을 추구해요. 어제의 회한이나 내일의 불안 없이, 건강하게 지금을 즐기고 감사하며 살고 싶어요. 제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가정도 행복한, 저는 엄마니까요.




Interviewed with @yoonkyung.home


Edited by Tree Planet




- Words by Tree Planet
"많은 사람들이 식물이 주는 편안하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이내 생활이 너무 바빠서, 잘 키우는 손을 가지지 못해서, 쉽게 죽이고 말 거라는 생각에 식물 들이기를 주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해요.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사실 식물 키우기에는 대단한 조건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식물과 함께 사는 삶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어느 날 꽃집에 들른 당신의 손에 소담한 식물 한 그루가 들려 있기를 바라면서 말예요."




글쓴이 프로

윤정희

늘 명랑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인생을 걸어 나가고 싶은 에디터.

최근 나무만 보면 괜히 설레고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아무래도 짝사랑에 빠진 것이 아닌가 고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