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조성 이야기]"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삼척 산불피해지 숲 모니터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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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한 달간, 강원도 삼척에서는 축구장 332개 면적의 숲을 화마에 빼앗기는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지요.


그로부터 3개월가량이 지난 4월 28일, 아름다웠던 숲을 하루빨리 복구하고자 하는 마음씨 착한 100여 명의 반려나무 입양 가족이 삼척에 모였어요.

그리고 불길이 휩쓸고 간 자리에 2년생 아기 소나무 1,000그루를 심었습니다.


 ©트리플래닛

그리고 여섯 달이 지난 10월의 어느 날, 우리는 아기나무들이 잘 자라는지 확인하고, 비료를 주기 위해 강원도행 차에 몸을 실었어요. 서울에서 왕복 여덟 시간이 걸리는 고된 길이었지만, 그간 어떻게 자랐을까 궁금해 마음만은 설렜답니다.




어려운 일을 겪었지만,
땅은 살아있었어요.

(좌) 18.04 막 식재했을 때의 모습 / (가운데) 18.10 한 뼘은 더 자란 모습 / (우) 일년 후 예상되는 키

땅에 심어놓으니 손으로 겨우 한 뼘이 채 안 되었던 아기 소나무가 그새 훌쩍 자란 모습이 보이시나요? 지난 6개월간 아기 나무들을 관리해오셨던 산림청 삼척관리소 조민성 팀장님은 그간 한 뼘은 더 자랐다며 손으로 직접 치수를 재 보여주셨어요.


우리는 어려운 땅에서 잘 자라준 소나무에게 고마웠어요. 그리고 자연 스스로의 치유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거친 땅에서 피어난 들꽃, 이름 모를 많은 풀들, 한 뼘 더 자란 소나무에게서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풀 밑 경쟁에서 이긴 나무만이
하늘에 닿는 나무가 될 수 있어요.


심었던 모든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어떤 나무들은 풀 밑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고 고사했답니다.



심었던 모든 나무가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은 심은 사람의 욕심이었던가요. 아쉬운 마음을 접고 자연의 이치를 머리에 새겼어요. 


귀여운 나무다리를 건너 비료를 주러 갑니다!


한 나무 두 알씩,
이거 왜 이렇게 귀엽지?

잘 커준 나무들에게 더 힘내서 쑥쑥 자라라고, 영양제를 주고 왔어요.
마치 하얀 돌멩이처럼 생긴 고형 비료를 두 알씩 주는 일이었는데, 암모니아 냄새가 심하게 났지만 꾹 참고, 가방에 100알씩 넣어 뿔뿔이 흩어졌답니다.  


 비료 주는 방법을 알려주시는 조민성 팀장님

비료 주는 일은 롯데주류 임직원 분들께서 도와주셨어요. 나무가 심긴 양쪽 귀퉁이마다 홈을 파고, 한 알씩 비료를 넣어주는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고, 귀여워 즐겁게 끝낼 수 있었답니다.


고생하신 롯데주류 임직원분들께 준비해간 반려나무 한 그루씩을 선물해 드렸답니다. :D


삼척 산불피해 복구 숲 가는 길

숲에 직접 방문하실 수 있어요! 다만 작은 나무들이 심겨있기 때문에, 길이 있는 곳으로만 조심해서 다니시길 바랍니다. 또 산지가 아주 가파르므로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해요.




©트리플래닛

사진에서 보이는 산자락 너머는 태백인데, 지난 불로 태백까지 피해를 입었다고 해요. 산림청 삼척관리소와 태백관리소에서는 위쪽으로는 소나무, 낙엽송과 활엽수종을 심고, 겨울에 잎이 지는 방화 수림대를 만들어 재해를 예방할 예정이라고 하셨어요.

이 산좋고 물맑은 땅이 다시 푸르른 나무로 뒤덮일 때까지, 부디 삼척을 잊지 말아주세요.


백두대간 멸종위기종 복원 숲을 자세히 보려면 이미지를 클릭해주세요!




글쓴이 프로

윤정희

늘 명랑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인생을 걸어나가고 싶은 에디터.

최근 나무만 보면 괜히 설레고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아무래도 짝사랑에 빠진 것이 아닌가 고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