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래닛 소사이어티]소녀들을 기억하는 숲: 트리플래닛 직원들의 방문

조회수 6179

어느 날, 트리플래닛 직원들에게 한 편의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

약 6년 전 조성된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최근에 숲을 다녀와보니 현판에는 흙탕물이 튀고
할머님들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에는
뿌옇게 먼지가 쌓여있었습니다.

숲은 사람들의 세심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위안부 할머님들의 이야기를 다시금 기억하고
따뜻한 온기를 전해드리러 함께 가요!

"



소나기가 지나가고 구름 사이로 해가 고개를 내민 오후,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에 가기 위해 트리플래닛 직원들이 모였습니다.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 현판©트리플래닛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숲.
2015년, 소녀들이 가장 그리워했던 고향집에서의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 기업과 시민 등 온 국민의 모금으로 조성되었어요.
사소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재현하기 위해 많은 분들의 노력과 마음이 들어간 숲이죠. 

직원들의 숲 방문 프로그램을 준비해 주신 운영팀에서 숲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시고, 함께 숲 정화 활동을 진행했어요.

괴불나무

숲으로 들어가는 길,

밑으로 크게 휘어진 괴불나무를 본 직원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나무 밑을 지나갔어요.


사실 이 괴불나무가 숲 입구에서부터 자리하고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답니다.
지위가 높든 낮든 관계없이 이 숲에 들어오는 누구나 겸손한 마음으로 들어오라는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에요.

원래 이곳에 자리하던 툇마루는 잠시 아트월 앞으로 옮겨졌어요. 

길원옥 할머니의 족적 / 족적 위에 쌓인 낙엽과 진흙은 정리해 주었어요.

괴불나무를 지나 돌담 앞에서는 길원옥 할머니의 족적을 볼 수 있어요.
족적에 발을 맞대고 서거나 같은 방향으로 옆에 서서 숲을 바라보면 할머님들이 그리워했던 그 시절 평범한 풍경을 볼 수 있답니다.

할머니들의 고향집 앞마당으로 재현하기 위해 당시 시골마을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풀과 꽃, 나무들이 심어졌고 실제 한마을의 논에서 이미 돌담으로 쓰이고 있던 돌들로 돌담을 만들었다고 해요. 


"족적이 가진 의미를 알게 되어 좋네요!"


집중해서 도슨트를 듣다 보니 산책하시던 시민분이 먼저 말을 걸어오셨어요.

몇 분전 이곳을 지나갈 때는 숲 가운데에 족적이 왜 있는가 궁금하셨는데,

지나가다 우연히 도슨트를 들으시고 이제 족적이 이 숲에 있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렇게 한 분께라도 더 숲에 담긴 이야기,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어 잠깐이지만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할머니들의 작품이 전시된 아트월 

아트월에는 할머니들이 꽃으로 심리치료를 받으시며 만드신 압화 작품과 그때를 잊지 않고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그린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어요. 

김순덕 할머니 작품

강덕경 할머니 작품 (좌)/ 심달연 할머니 작품 (우) 

이곳에서는 할머니들의 작품들을 보며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듣는 내내 마음이 아리지만 우리가 평생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이기에 모두가 집중해 더욱 귀담아듣는 시간이었어요.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에서 볼 수 있는 꽃


"

나가 외로와 그러는가 꽃도 그리 좋아하거든··· 꽃도 좋아하고.
내가 우짜다 이리 늙었는가 싶으다." 잊아버리면 절대 안 된다
-강순자 할머니(가명)- 

"


"

눈물젖은 두만강 "예쁘다. 예쁘다. 상처많은 꽃이 더 향기롭다"

-박숙이 할머니-

"

널브러진 나뭇가지와 낙엽, 아무렇게나 자라버린 잡초들을 정리하는 모습 

자연의 힘으로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나기도, 나뭇가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기도 했어요.
저희가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에 모인 가장 큰 이유였죠, 모두 힘을 모아 숲의 구석구석을 청소했어요. 

"

"내 나고는 선물 받고 하는게 제일 원이라 안카더나? 꽃 한 송이를 안 받아 봤다...
내가 본대 꽃을 좀 좋아하는데도 안 받아 봤어. ··· 꽃 받은 사람은 얼매나 좋겠노."
-김순악 할머니- 

"

트여있는 길을 따라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있는 숲속으로 들어가면 바닥에 설치되어 있는 부목을 볼 수 있어요.
옛날 기찻길을 만들 때 쓰였던 부목인데요, 부목 사이에는 김순악 할머니의 말씀이 새겨져 있어요.
기찻길 부목 사이뿐만이 아닌 숲의 곳곳에도 할머니들의 말씀이 새겨져있어요.
숲을 천천히 둘러보며 소녀들의 가슴속 이야기를 읽는 시간도 뜻깊었답니다. 

"할머님들 집이라 생각하고 예쁘게 청소를 했어요.
···
오늘 이 숲에서 들은 이야기들 절대 잊지 않을게요. "

각자가 숲에 머무르며 들었던 생각과 할머니들을 위한 마음을 편지지에 꾹꾹 담아내며 프로그램은 끝이 났어요.

트리플래닛 직원들의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 방문기는 이렇게 마무리되지만,
앞으로는 시민분들을 대상으로 더 많은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려요. :) 

© 트리플래닛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 가는 길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은 서울 상암동 상암 월드컵 경기장 내 평화의 공원에 자리 잡고 있어요. 월드컵 경기장 남문에서 가까운 평화공원에서 난지 호수를 따라 쭉 걷다 보면 별자리 광장이 나오는데요, 별자리 광장 뒤 징검다리를 건너시면 숲을 만날 수 있답니다.


"

내가 살아남은 게 꿈같애. 꿈이라도 너무 험한 악몽이라 이빨에 힘을주고 막 견디는기라.···
정신이 나갈 때까지 그러고 있었는기라. 울화벵 긍께 내 죽어도 눈을 감고 못죽지."
-정서운 할머니- 

"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숲처럼
모두의 기억 속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피해자들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