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있는 삶,Life with Trees]산의 품에 안겨 살다, 비나리에서 가꾸는 나의 삶, 나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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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북 3대 오지 중 하나인(3대 오지는 봉화, 영양, 청송이랍니다.^^) 봉화에 귀촌한 지 10년을 조금 넘긴 신혜정입니다. 제가 '비나리 라이프'라고 일컫는데의 비나리는 이곳 사람들이 부르는 저희 마을의 옛 지명이랍니다. 

제 매일은 거의 같은 패턴의 반복이에요. 민박집 청소와 조식 준비, 그리고 카페 일을 합니다. 아, 이제 봄이 되어 정원을 가꾸는 일이 추가됐어요. 매일 새벽에 일어나 남편과 커피를 마시며 정원을 둘러봅니다. 잡초를 뽑고 물을 주고, 어디에 뭐가 폈고 무슨 꽃이 올라오고 있는지에 대한 얘기를 주로 나눠요. 


· Life with Trees ·
산의 품에 안겨 살다,
비나리에서 가꾸는 나의 삶, 나의 정원


창이라는 커다란 프라임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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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창이라는 커다란 프레임 안에 두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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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 뷰가 참 멋있죠? :-P 사실 이 땅은 경사진 콩밭이었어요. 길 쪽에 난 커다란 나무 때문에 잘 보이지 않던 땅이었는데 귀촌해서 알게 된 분들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죠. 어떤 땅인가 보기 위해 왔다가 아늑한 땅의 느낌이 좋고 풍경이 정말 마음에 들어 계약을 했어요. 

몇 달 동안 매일 땅을 보러 오면서 어디에 집을 지을까 많이 고민했어요. 작은 산과 높은 산 그리고 마을이 어느 정도 보이는 풍경을 집 안팎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금의 위치에 집을 짓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풍경을 창이라는 커다란 프레임 안에 두고 싶어서 지금의 뷰가 나오게 되었어요. 이 공간은 거실로 쓰면서 주말에만 예약제 카페로 오픈하고 있어요.


깊은 산골마을에 집을 짓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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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을 때까지 거의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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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부는 아이 때문에 시골행을 결심했어요. 사교육 없이 자연을 많이 접할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이 깊은 산골마을까지 들어오게 되었네요. 

전원 생활에 관심 있는 분이시라면, 요즘은 워낙 정보가 많으니 자신의 생활 패턴을 고려해서 부지를 고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희 부부는 너무 빠르게 변하는 게 싫어서 늙을 때까지 거의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곳으로 정했지만, 대도시와는 거리가 멀다 보니 역시 불편한 점도 있거든요. 

그런 점을 빼면 무척 만족하고 있지만 저희와 다른 생각을 가지신 분들도 있잖아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서 전원주택지를 고르는 게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봉화는 겨울만 되면 뉴스에 나오는 곳이에요. 추운 동네로요. 오죽하면 우스갯소리로 강원남도라고 하기도 한다죠. 창을 크게 낸 데에는 이런 이유도 한몫했어요. 단열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낸 커다란 창으로 해가 잘 들어서 겨울에도 한낮에는 난방을 하지 않아도 따뜻하답니다. 


나의 정원, 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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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은 한 해 한 해 같은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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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은 한 해 한 해 같은 적이 없어요. 계절마다 또 다르고요. 제가 좋아하는 계절은 아무래도 봄과 가을이에요. 정확하게는 5월과 10월이죠. 

비나리 정원의 가을

5월은 계절의 여왕인 만큼 색이 풍성해지고, 10월은 빛이 너무 예뻐서 모든 나무와 꽃이 톤 다운되는 모습이 아름다워요. 

비나리 정원의 봄

전원생활을 시작한 후로 모든 생활패턴이 달라졌어요. 특히 정원을 돌보다 보니 정원이 피고 지는 시간에 제시간을 맞추게 되더라고요. 봄부터 가을까지는 새벽에 일어나 밤늦게 자게 되고 겨울에는 잠시 쉼을 가집니다. 

비나리 정원의 여름과 겨울

모든 식물과 꽃에 눈길이 가지만, 정원에서는 아무래도 장미를 애정하게 돼요. 장미는 정말 키우면 키울수록 어렵기만 한데 그래서 더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는 것 같아서요. 유칼립투스 블랙잭은 실내식물로써 저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죠. 그런데 너무 애정을 줘서 그런지 잘 키우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화분에 심긴 식물을 잘 못 키워요. 그래서 더 땅의 힘을 받으려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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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애교도 없지만,

정원에서 많은 위로를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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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 많은 위로를 받아요. 사실 제가 좀 예민한 성격인데 식물을 키우면서 좀 유순해진 것 같아요. 고민과 걱정, 때때로 상처받는 일들도 식물을 가까이에 두고 살다 보니 식물로부터 위로를 받게 되더라고요. 동물 친구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에요. 

말도 없고 애교도 없지만 잎사귀 하나로, 꽃잎 하나로 또는 그 향기로 언제나 위로를 받는 느낌이에요. 특히 정원을 돌보거나 분갈이할 때 흙을 만지면 기분이 좋아요. 또 잘 살아주면 그게 그렇게 고맙더라고요. 

저는 지금 제가 꿈꾸던 삶 속 일부분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전원생활을 하고, 정원을 가꾸고, 아이가 우리가 생각했던 모습대로 성장해가고, 민박집과 카페를 하며 타인과 교류도 하고요. 

시골생활 처음 시작에 '해피 해피 브레드'라는 영화를 봤어요. 그 영화를 보면서 "저렇게 살고 싶다."라는 작은 소망이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그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지금과 크게 달리 살고 있을 것 같지 않아요. 

조용히 정원을 가꾸고 사람을 맞이하며, 이곳에 오시는 손님들이 풍경과 정원을 통해 위안을 받을 수 있도록 그렇게 계속 살아가고 싶어요. 제가 이곳에 살면서 받았던 느낌들… 그런 것들을 조금이나마 함께 나누며 살아가고 싶어요. 


Interviewed with @glyceriashin
Edited by Tree Planet



- Words by Tree Planet

"많은 사람들이 식물이 주는 편안하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이내 생활이 너무 바빠서, 잘 키우는 손을 가지지 못해서, 쉽게 죽이고 말 거라는 생각에 식물 들이기를 주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해요.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사실 식물 키우기에는 대단한 조건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식물과 함께 사는 삶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어느 날 꽃집에 들른 당신의 손에 소담한 식물 한 그루가 들려 있기를 바라면서 말예요."




글쓴이 프로필

윤정희

늘 명랑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인생을 걸어 나가고 싶은 에디터. 최근 나무만 보면 괜히 설레고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아무래도 짝사랑에 빠진 것이 아닌가 고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