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있는 삶,Life with Trees]식물집사 부부가 가꿔나가는 모노톤 플랜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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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디자이너인 제가 공대생 남편을 만나 살림을 꾸렸어요. 신혼부부 '오리네로와' 입니다. 함께 산 지는 9개월 차인 저희 부부의 집이 이렇게 소개될 수 있다니 참 영광이에요.



집에 있는걸 꽤나 좋아하는 저이지만 모순적이게도 가만히 있는 걸 잘하지 못해 영어, 커피, 꽃, 가드닝 등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있어요. 현재는 집안의 메인 식물집사로 활동 중이랍니다. 눈을 뜨면 식물들 시중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그리고 요즘 저희 부부의 공통 관심사는 바로 캠핑이에요. 감성캠핑을 꿈꾸지만 늘 '나는 자연인이다'를 찍고 오죠. 산, 새소리, 맑은 공기의 삼박자가 아주 좋아요. 




· Life with Trees ·
식물 집사 부부가 가꿔나가는
모노톤 플랜테리어




부부가 함께 만드는 플랜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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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식물을 놓으면

좋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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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집을 고를 때 가장 중요시했던 것 중 하나는 "리모델링이 필요 없는 신축 아파트여야 할 것."이었어요. 화이트톤으로 도배만 진행하고 가구와 소소한 식물로 집을 꾸몄습니다. 



집이란 아늑하면서도 편안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다채로운 색상을 쓰기보단 화이트, 우드, 그린 이 세 가지의 메인 컬러로만 집을 꾸며가고 있어요. 물론 그린은 초록이들이 담당하고요. 



무채색의 단조로운 집에 식물의 초록초록함이 생기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요즘엔 보조 식물집사인 남편이 "여기에 식물을 놓으면 좋을 것 같아."라고 조언도 해줍니다.



기브앤테이크가 확실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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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에 애정을 쏟았던 부모님처럼,

이젠 제가 그러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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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집엔 고만고만한 키의 식물들이 살고 있어요. 이미 수형이 잡히고 많이 자란 식물보다 제 손길로 점점 더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작은 친구들이 대부분이에요. 언젠가는 대품이 되길 꿈꾸면서요! 



유일한 저희집 키다리 식물은 유칼립투스 글로블스예요. 많이 알려진 식물은 아니지만, 비염이 있는 남편을 위해 들였어요. 호흡기와 비염에 좋다 하여 키우고 있는데 향이 정말 좋답니다. 거실의 터줏대감으로, 향을 맡고 있으면 고된 하루를 보상받는 기분이에요. 



고만고만한 아이들 대부분은 제가 가드닝을 배우면서 식재한 저의 첫 작품이에요. 주로 공기정화에 좋은 식물이 대다수죠. 저는 식물에게 물과 성장에 좋은 영양제를 주고, 식물은 아낌없이 맑은 공기를 선사합니다. 기브앤테이크가 확실한 오리네로와네요, 하하.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얼마 전 직접 만든 생화 센터피스 트리는 식탁에 놓여있어요. 솔향이 풀풀 나서 괜스레 코를 갖다 대기도 합니다. 바로 저희가 원했던 자연의 향이에요. 



어릴 적 본가에 난이 정말 많았어요. 부모님께서 난에 애정을 쏟는 모습을 보며 이해가 안 갔던 저인데 이젠 제가 그러고 있네요. 



열공하는 초보 식물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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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광에 따라 멋진 액자가

벽에 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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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식물 사랑은 몬스테라를 입양해 오면서 시작되었어요. 몬스테라를 죽이는 사람은 없다는 말에 냉큼 데려온 것을 시작으로, 식물의 개수가 어마어마하게 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짧은 기간에 정말 많은 식물들을 떠나보내기도 했지요. 각자의 특성을 잘 모르고 과습으로 보내는 경우가 허다했어요. 



얼마 전엔 콩란을 분갈이했는데 시름시름 앓고 있어 마음이 무척 아프답니다. 서적과 인터넷을 찾아보며 식물의 특성을 차근차근 배워가고 있어요. 얼마 전 책에서 본 문구가 생각나네요. "물주기 3년"... 맞아요. 아직 전 배울 게 많은 초보 식물집사입니다. 



제가 키우는 대부분의 식물은 해와 바람이 잘 드는 창가 쪽에 있어요. 그리고 시선이 닿는 곳곳에 작은 식물들을 놓아주면, 언제 어디서든 고개만 돌려도 식물이 보인답니다.

흘러내리는 듯한 수형의 식물은 높은 곳에 놓아 자연스럽게 툭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줘요. 선이 예쁜 고려담쟁이처럼요! 그러면 채광에 따라 멋진 액자가 벽에 걸리곤 해요. 가끔은 식물의 위치를 서로 바꿔 저희집만의 특별한 액자를 그려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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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닿는 모든 곳에

식물이 가득한 삶을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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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면 흙 상태부터 체크해요. 나무젓가락으로 푹 찔러서 흙이 묻어나지 않으면 물을 줘요. 겨울이라 오래 통풍을 시켜줄 수 없어 틈틈이 서큘레이터를 틀어주고 있어요. 



새순을 내면 너무나 신기하고 뿌듯해요. 그 앞에서 멍하고 한참을 쳐다보기도 하고, 요리조리 사진 찍기 바빠요. 아직 육아를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이런 느낌일 것 같아요. 자식 농사를 잘 짓는듯한 느낌? 제가 관심을 주는 만큼 식물들도 더 성장해 나가니까요. 한 잎씩, 한 뼘씩 자라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대견스러워요. 



시선이 닿는 모든 곳에 식물이 가득한 삶을 그려나가고 싶어요. 비싼 인테리어 소품이 아니더라도 각기 다른 식물만으로도 충분히 인테리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같은 종류의 식물이어도 생김새가 저마다 다르니 오히려 개성 있고 더 매력적이지 않나요? 



우리 집에만 있는 특별함, 작고 소소한 아이들일지라도 곳곳에 채워나가고 있어요. 크기는 작을지라도 공간에서의 힘은 상당하니까요. 앞으로도 이렇게 일상에 만족하며 살고 싶어요. 딱 지금처럼요. 




Interviewed with @ori.nero.waa
Edited by Tree Planet




- Words by Tree Planet

"많은 사람들이 식물이 주는 편안하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이내 생활이 너무 바빠서, 잘 키우는 손을 가지지 못해서, 쉽게 죽이고 말 거라는 생각에 식물 들이기를 주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해요.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사실 식물 키우기에는 대단한 조건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식물과 함께 사는 삶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어느 날 꽃집에 들른 당신의 손에 소담한 식물 한 그루가 들려 있기를 바라면서 말예요."




글쓴이 프로필

윤정희

늘 명랑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인생을 걸어 나가고 싶은 에디터. 최근 나무만 보면 괜히 설레고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아무래도 짝사랑에 빠진 것이 아닌가 고심중이다.